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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2 목양실에서 (Word's Form the Pastor)

영성일기

야곱 가정에 아버지와 아홉 아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아버지 야곱은 막내 베냐민을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아홉 아들들은 막내 베냐민을 데리고 가야 시므온도 데려오고 양식도 더 사올수 있다면서 베냐민을 꼭 데려가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갈등과 대립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아홉 아들들이 애굽에서 올라온 후부터 애굽에서 가져온 양식이 떨어져 갈 때까지이니 꽤 긴 시간이다.

왜 야곱은 베냐민을 내어주지 못할까? 야곱에게 베냐민은 무엇일까? 베냐민은 죽은 요셉을 대신한 아들이다. 그러기에 베냐민은 야곱에게 한 아들이 아니라 두 아들이고 자기의 전부이다. 라헬을 사랑했던 추억이고 자존심이다. 그러기에 야곱은 베냐민 때문에 오늘 하루도 버티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홉 아들이 베냐민을 달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야곱이 베냐민을 놓아야 야곱 가정의 destiny, 즉 애굽에 내려가 큰 민족을 이루게 하려는 하나님의 계획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안다. 그런데 야곱은 이런 하나님의 계획을 모르기에 베냐민을 잃으면 다 잃는다고 여기고 버티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시작하면서 결과를 모르더라도 일단 순종하는 삶을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나의 베냐민을 알고 순종함으로 결과를 알아가는 능력을 달라고 기도했다. 더 나아가 내가 놓지 않으려고 발악거리는 베냐민이 무엇인지 알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내 나이 50이 넘으면서 몸에 변화가 생겼다. 굽어져 가는 어깨에 흰머리는 기본이고 기억력이 안 좋아진다. 성도님들 이름이 헷갈리는 것을 넘어 청년 결혼식 주례를 약속하고 같은 날짜에 이스라엘 현장학습을 계획했듯이 이젠 중요한 약속도 잊어버린다. 또 몸은 점점 편한 것을 좋아한다. 앉으면 눕고 싶다. 각 잡힌 양복바지보다 늘어나는 스판바지가 좋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러면서도 나이 먹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염색해서 젊어 보이려 하고, 같은 스판바지이더라도 slim스타일로 젊어 보이려 한다. 어떻게든 나오는 배를 디밀어 보려고 애쓴다. 가는 세월 앞에서 거슬러 올라가려는 발악이다. 아내는 "젊어서는 열정이 아름답지만 나이 먹어서는 성숙함이 아름답다"라고 잔소리한다. 그런데 안 들린다. 그저 잔소리이다. 왜냐하면 나는 젊어지려고 발악하기 때문이다.


오늘 베냐민을 놓지 않으려는 야곱의 삶에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았다. 베냐민 때문에 아들들과 싸우는 모습이 내 모습인 것을 보았다. 젊어질 수 없다면 나이에 맞는 삶을 살 때 destiny를 이루고 행복의 맛을 알 텐데.. 큰 나무가 될 때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고 지친 짐승들이 그늘에 들어와 쉼을 얻는 아름다움이 있을 텐데.....

왜 나는 봄도 아름답지만 가을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이 가을에 모를까? 아니 겨울도 멋진 것을 모를까?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가을이다. 이 가을에 내가 붙들고 있는 베냐민을 알고 내어놓는 삶으로 더 풍성해 지기를 기도해 본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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