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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서 교회 농장에 생명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어미 염소 세 마리가 각각 두 마리씩 새끼를 낳아 여섯 마리의 새끼 염소가 교회 주변을 뛰어다닌다. 금계와 은계들도 알을 낳기 시작했고, 부화기에 넣고 기다린 끝에 은계 여덟 마리가 태어났다. 육추기에서 두 주를 보내고 세상 밖으로 나온 작은 생명들은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 풍요로움과 감사가 올라왔다.

     

그러나 이 기쁨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 축사팀이 소란스러웠다. 은계 우리가 열려 있었고, 여덟 마리가 모두 사라졌다. 사람의 손을 탄 듯했다. 마음이 무너졌다. 생명이 주는 기쁨이 한순간에 분노와 허탈함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자라나는 새끼 염소들은 울타리 밖으로 나와 꽃나무와 화초들을 뜯어 먹기 시작했다. 나뭇잎이 있어야 열매를 맺고 성장할 텐데, 나무들은 점점 가지뿐인 모습이 되어 갔다. 풍성함이라 생각했던 것이 어느새 상처가 되는 현실로 다가왔다. 이처럼 축복이라 여겼던 것들이 오늘 나를 괴롭게 하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늘 수요예배에서 ‘생명수 여성’ 모임을 통해 한나의 이야기를 다시 들었다. 한나는 남편의 사랑을 받았지만 자녀가 없었고, 브닌나는 남편의 사랑은 덜 받았지만 많은 자녀를 가졌다. 그런데 브닌나가 한나를 괴롭혔다. 두 사람의 이름이 주는 뜻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한나 — 은혜 브닌나 — 보석

     

보석은 태어날 때부터 갖추어진 것으로 화려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그러나 은혜는 다르다. 매일 공급받아야만 존재할 수 있다. 하루라도 공급이 끊기면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녀가 많은 브닌나가 오히려 한나를 질투했다. 이미 가진 것이 많아 보석 같은 사람이, 하나님만 붙들고 사는 사람을 시기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왜일까?

한나는 이 일이 괴로워서 하나님께 기도했고, 기도 중에 “아들을 주시면 머리에 삭도를 대지 않겠습니다”라고 고백한다. 나실인으로 드리겠다는 서원이었다. 그 순간 하나님의 뜻과 한나의 기도가 맞닿은 것이다. 한나가 기도할 때는 사사시대 말엽으로 타락의 정점이었다. 그때 한나는 기도하다가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삭도를 대지 않는 아들로 키우겠습니다”라고 결단한다. 이것이 은혜이다. 순간순간은 막힌 것 같지만, 그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알고 거기에 내 삶을 맞추는 것, 이것이 은혜이다.

     

문득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나의 삶은 한나인가, 브닌나인가?

내 삶에는 처음부터 보석 같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축복인 줄 알았는데, 보석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오히려 나를 격동케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것 때문에 주님께 엎드리니 은혜가 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그림이 그려진다. 염소 우리 주위로 아이들이 가득하다. 칼스 아이들은 학교에 오고 갈 때마다 들른다. 속 썩이는 아기 염소들이 아이들에게 학교에 오고, 교회에 오는 것에 기대감을 주는가 보다. 속 썩이던 동물들이 은혜의 통로가 되는 순간이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나에게 주님이 “너는 무엇으로 사느냐?”라고 물으시는 것 같다. 그 물음 앞에 오늘 나는 “한나처럼 은혜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라고 고백해 본다. 그 순간 은혜가 부어지며 오히려 더 큰 감사가 임한다. 잃어버린 은계들보다, 상한 나무들보다, 내 마음을 다시 하나님께 향하게 하신 것이 더 큰 은혜이기 때문이다.

 

홍형선 목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놀이터 펜스주위에 재작년과 작년에 대나무 화분을 70여 개 심었다. 대나무가 잘 자라는지, 봄을 맞아 새롭게 죽순은 잘 올라오고 있는지 궁금하여 새벽기도 후에 놀이터 주위를 둘러보러 갔다.

     

둘러보다 보니 한쪽에 쓰레기가 쌓이고 잔디를 깎을 때마다 빼어먹었는지 잡초가 무성한 부분이 보였다. 아마도 사각지대이다 보니 작년 겨울부터 잔디를 깎을 때마다 스킵되었나 보다. 그 틈을 이용해 야생 씀바귀가 무성히 올라와 있다. 이런 모습을 보는 순간 쓰레기가 쌓인 것도, 잔디를 깎을 때마다 스킵된 것도 책임론이 따져지면서 살짝 짜증이 난다. 그래도 내 눈에 보였으니 어찌하랴라는 마음으로 풀 속에 들어가 쓰레기를 줍는데 문득 주님이 이렇게 나를 보신 후 내 안에 쓰레기를 주워 주시고 잡초를 뽑아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이 나를 감찰하시다니…

     

생명수 여성 수요예배시간에 권율 목사님께서 하갈에 대하여 나누어 주었다. 하갈은 애굽 소녀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아브라함과 사래의 가정에 종으로 팔려왔다. 틴에이져가 되면서 사람들이 “피부가 곱고 예쁘다고, 얼굴이 피었다”라고 칭찬한다. 하갈도 멀지 않아 좋은 남자 만나서 사랑받을 것을 꿈꾸었다. 그런데 어느 날 여주인 사래가 목욕을 시키더니 주인 아브라함의 침소에 들어가라고 한다. 종이기에 어쩔 수 없다. 자기가 꿈꾸는 이상형이 있음에도, 자신의 몸을 80 노인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얼마 후 몸이 이상하다. 졸리고 구역질이 나온다. 임신이다. 주인의 씨를 임신해서인지 자신의 행동이 여주인 사래의 눈에 거슬렸나 보다. 그 후로 사래가 학대한다. 일도 더 시키고 모멸감을 준다. 이사실을 아브라함도 알면서 모른 척한다. 이 집에 있다가는 죽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집을 도망치기로 하고, 광야로 숨어들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목마름 속에서 헤매다 겨우 우물을 찾았다. 그런데 거기에 하나님이 미리 와 계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하갈에게 “여주인 사래에게로 돌아가라고 하신다”. 지긋지긋한 삶이 싫어서 도망쳐 나왔는데 지긋지긋한 삶의 한복판으로 다시 가란다. 그리고 성경은 어떤 설명 없이 하갈이 주인 사래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하갈은 자기가 만난 하나님 이름을 ”감찰하시는 하나님, 살피시는 하나님이라 “고 한다.

그러니까 하갈은 하나님이 자기의 아픔과 상처와 억울함을 알고 있다는 사실 앞에 여주인에게로, 지긋지긋한 삶으로 돌아간 것이다. 정확히 말해 하나님이 다 아신다는 사실 앞에 몸은 사래에게 갔지만 마음은 하나님에게로 간 것이다.

     

하갈이 광야에서 만난 하나님은 문제를 해결해 주신 하나님이 아니었다. 보고 계시고 살피시는 하나님이었다. 그 하나님이 나를 보고 계신다. 지난 57년을 보고 계셨고, 휴스턴순복음교회와 함께한 23년을 보고 계신다.

     

그리고 내 마음의 사각지대에 쌓여 있던 것들이 내 눈에는 이제야 보였지만, 주님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의 사각지대를 보고 계셨음을 알게 하신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어디에 있든지 허락하신 곳에서 떠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해 마음을 돌리는 사람이 되기를 원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감찰하시는 하나님!

내 마음이 언제나 주께 향하게 하소서

홍형선 목사

 
 
 

아이들의 봄방학을 맞아 전교인 삼겹줄 특별 새벽기도가 시작되었다. 올해에는 브루스 윌킨슨의 저서 “야베스의 기도”를 가지고 기도의 자리에 모였다. 5일 동안 진행되는 기도회 시간 동안 내가 3번, 권율목사님이 1번, 폴목사님이 1번 말씀을 전하기로 했다. 그리고 말씀준비는 교역자들의 북클럽으로 준비했다. 한 챕터를 읽고 서로 느낀 점을 나누면서 저자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 의도 속에서 오늘의 메시지를 준비 했다. 이처럼 삼겹줄 기도회는 말씀준비부터 연합에서 출발한다.

     

오늘은 이권율목사님이 말씀을 전했다. 심플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설교이다. 마치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먹이를 넣어주는 듯하다. 그런데 이 좋은 메시지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불편하다. 어제 교역자 북클럽에서 내가 나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홍목사님이 이렇게 말했다”고는 아니어도 교역자 북클럽에서 이렇게 나누었다고 언급해 주면 좋으련만 그냥 넘어간다. 평상시에는 “우리 팀켈러 목사님이..” “우리 존 파이퍼목사님이..”라고 언급 하면서 이번에는 나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다.

     

이런 불편함이 있는데 불편함을 비집고 한 생각이 떠 오른다. 그리고 이 생각이 나에게 질문하는 것 같다. 누가 20년간 한결같이 저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나같이 변덕스럽고 감정적인 사람 곁에 누가 그 긴 시간을 있어줄 수 있을까? 그러면서 이권율목사님의 성장과 성숙이 고맙게 느껴진다. 요즘 권율목사님은 누가 봐도 잘 준비된 목사이다. 영성 부분이나 목양 부분에서도 성장이 있고, 메시지도 좋다. 우리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이렇게 성장한 것이다. 언젠가 아내와 대화하면서 “우리가 천국 가서 내세울 것은 권율목사님 밖에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처럼 권율 목사님이 신학교 가고 목회자가 되고 이렇게 성장해 가는 것은 우리 교회의 기쁨이고 자랑이다. 사실 나도 3번이나 말씀을 전하면서 어떤 목회자가 이런 은혜를 나누어 주었다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그런데 사탄은 나를 언급 안했다며 섭섭하게 하고 불편하게 한다. 그래도 감사한것은 하나님께서 이렇게 나를 드러내고, 내 중심적인 교만한 나의 민낯을 보게 하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개하는 마음을 주시면서 더 나아가 감사의 조건들을 보게 하셨다. 그리고 이 마음으로 삼겹줄 기도의 자리에 나가게 하신다는 것이다.

     

이번 새벽기도회에 나오신 분들이 놀라는 눈치이다. 자기가 나온 것도 놀라운데 옆 사람을 보고 놀라는 눈치이다. 어떤 분은 이 새벽에 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교회로 들어오는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감사하다. 매일 아침식사로 수고한 남, 여선교회도 고맙고 찬양팀도 고맙다. 이번에 완주한 팀이 40개 넘는다고 한다. 새벽을 지켜주신 성도님들 한 분 한 분이 고맙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특새기도회 기간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기도응답과 성령체험의 소식들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와 연합을 얼마나 기다리셨으면 모이기만 했는데도 이런 은혜를 주실까?

     

“야베스는 그의 형제보다 귀중한 자라 그의 어머니가 이름하여 이르되 야베스라 하였으니 이는 내가 수고로이 낳았다 함이었더라

     

야베스가 이스라엘 하나님께 아뢰어 이르되 주께서 내게 복을 주시려거든 나의 지역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내게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하였더니 하나님이 그가 구하는 것을 허락하셨더라(대상 4:9,10)“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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