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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도 해가 저물어가고 더위가 식어질 때면 석양을 등지고 교회에 와서 일을 했다. 장마에 패어진 진입로에 돌을 주어다 패인곳을 메꾸고, 나무들마다 지지대를 세워주고, 입구 화단에 꽃들도 심고… 3일 정도 연이어 일을 했다.

     

20여 년 전에는 교회 건물이 너무 낡아 치우고 청소하다 보니 일을 시작했고, 지금 건물로 이사 와서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을 했다. 성도님들이나 교회에 방문하는 분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일을 했기에 누군가의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하늘 높이 올랐다가 내가 일구어 놓은 것을 누군가가 어지럽 히면 짜증이 났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필요에 의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날 때마다 내가 좋아서 한다. 이른 저녁 먹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어떤 일에 몰두한다는 것이 좋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때론 모기에 물리고 개미에 물려도 그냥 좋다. 말 그대로 내가 좋아서 하기에 어느 날은 밤 10시까지도 하고 어느 날은 일이 마쳐지지 않아도 과감히 놓고 일어난다. 그래서 요즘 일하면서 신이 나 있다.

     

이번 주 묵상하는 주제가 “영광”이다. 하나님이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측하고 (시 139:13,14), 지으신 목적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기 위해서라고(사 43:1, 창 1:27)한다. 이때 영광이라는 단어를 헬리어로 δόξα (doxa)라고 하는데 그 뜻은 “정확한 의견이나 평가를 제시한다”라고 한다. 그러니까 영광을 드러낸다는 것은 내가 모든 창조물에게 하나님이 누구신가에 대한 정확한 의견이나 판단을 제시해 주는 삶을 사는 것이고, 내가 어떤 모양이나 상황이든 내 삶을 통해 모든 만물에게 하나님이 누구신지 어떤 분이신지를 나타내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삶이라는 것이다.

     

이번 주간에 휴스턴에서 목회하는 한분으로부터 “휴스턴에서 홍목사님과 같이 목회해서 행복하다”는 말과 어느 분으로부터 “목사님이 계셔서 좋다”는 말을 들었다. 감사하다. 이런 말을 들을 때 전에는 겸손의 너스레를 떨며 내가 영광을 취했지만 이제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하나님이 웃으시며 기뻐하시는 것 같다.

     

이제까지는 꽃나무든 감나무든 모든 것을 통해 나를 드러내고자 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모든 이들을 기쁘게 하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는 한계는 느껴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 꽃이 예쁘고 감나무가 소중하다. 그리고 작은 들풀마저도 섬길 수 있어 기쁘다.

     

오늘도 하나님께서 만드신 꽃과 나무를 섬기며,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섬기며, 하나님을 드러내는 삶을 오래도록 살고 싶다.

     

홍형선 목사

 
 
 

주님을 섬긴다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한 교회를 섬기는 목사로 교회일을 열심히 하고 교회가 성장하면 이것이 주를 향한 나의 사랑이고 나의 믿음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주님을 섬긴다는 것은 주님과의 관계 안에 머무는 것이다. 그러기에 주님으로 내 마음이 채워질 때 비로소 사역도 주님을 위한 것이 된다.

     

쓰레기통(dumpster)이 넘치고 있다. VBS에 사용한 물품들을 버려서인지 토요일인데도 쓰레기통이 넘치고 있다. 주일이 되기 전에 밟아 놓아야 주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토요일 저녁에 심방을 마친 후 쓰레기통을 밟으러 교회에 가야겠다고 하니 아내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다 하려 다가 burn out 되지 말라”라고 한다. 힘들게 혼자 하다가 나는 열심인데 왜 당신들은 안 하느냐며 내 의에 빠지지 말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상 하다. 예전 같았으면 아무리 만류해도 교회로 갔을 것이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자동차 키를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억지로 참은 것이 아니라 마음이 편안했다. ‘이상하다. 이런 내가 아닌데…..

     

주일아침에 교회에 오자마자 쓰레기통을 보았다. 염려하던 대로 가벼운 쓰레기는 올려져 있지만 무거운 쓰레기들 몇 개가 주변에 있다. 그리고 저녁이 되니 더 많은 쓰레기가 덤스터 주위에 널 부러져 있다. 창고에 가서 장화를 신고 쓰레기통에 올라간 후 스패니쉬 성도님 두 분에게 올려 달라고 한 후 쓰레기를 밟기 시작했다. 비닐장갑을 끼었어도 최대한 쓰레기통을 잡지 않고 쓰레기들을 밟아본다. 박스들은 분리해서 빼어내고 밟으니 감사히도 쑥쑥 내려간다. 내려가며 어떤 봉지는 터져 냄새와 함께 구더기가 장화에 묻는다. 그래도 쓰레기통을 정리해서인지 기분이 좋다. 이렇게 박스는 한쪽에 쌓아놓고 음식물 쓰레기 중심으로 쓰레기통을 가득 채웠다.

     

월요일 아침 새벽기도 후에 나와보니 어느 장로님들이 쓰레기통 옆에 있는 박스를 쓰레기 통에 벽을 만들고는 그 많은 박스를 쓰레기통에 쌓아 버렸다. 이렇게 쓰레기통보다 쓰레기가 많아지면 쓰레기 청소 회사에서 안 가져가는데.. 큰일이다. 도와준다고 하신 것인데 다시 쓰레기통에 올라가 빼어내야 한다.

     

그런데 내 안에 기쁨이 있다. 또 나 자신을 보고 놀라고 있다. 하고 싶거나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데 아내의 말에 주저앉은 나 자신도 놀랍고, 구더기가 장화에 묻고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는 쓰레기 통을 밟는 것도 기쁘고, 박스를 쓰레기 통에 올려 두 번 일하게 하신 분들이 감사하다. 이렇게 알아서 헌신해 주신 손길이 감사하다.

     

주님으로 내 안이 채워지니 일을 통해 내 의를 세우려 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의 부족함보다 그들의 헌신이 먼저 보였고, 해야 할 일이 늘어났는데도 마음은 더 가벼워졌다. 주님을 섬긴다는 것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으로 내 마음이 채워져 그분의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것임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화요일 아침 시원할 때 박스를 빼어내려고 가보니 쓰레기 회사에서 쓰레기를 가져갔다. 예전 같으면 안 가져가는데 그것도 하루 일찍 가져갔다. 아침 햇살 속에 미소가 보인다.

     

홍형선 목사

 
 
 

안식월을 마치고 돌아와서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차를 바꾸는 것이었다. 테슬라 전기차로 바꾸고 싶었다.

     

1. 테슬라 자율주행차로 바꿀 경우 지금보다 매월 $250 이상 절약되고

2. 졸음운전도 예방할 수 있으며

3.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밤 운전을 못해 금요예배에 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테슬라 자율운행의 안전성을 보여줌으로 어르신들의 이동에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사실 테슬라를 타고 다니시는 분들은 나에게 차를 바꾸라고 적극 권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만나는 친구 목사님들에게 테슬라로 차를 바꿀 것이라고 은근히 자랑도 했다. 그런데 아무 말 없이 지켜보던 아내가 안식월이 마쳐질 즈음 반대했다.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내 의도는 알지만 성도님들 중에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적극 반대한다.

     

이번 주간에 2026년도 VBS가 아이들의 함성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런데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올 초까지 주일학교 담당 전도사로 섬기다가 남편 사업 때문에 달라스로 이사 간 지은 전도사님 부부와 두 아들이 보인다. 어쩐 일인지 물었더니 VBS를 섬기기 위해 한 주간 휴가를 내고 왔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에 머무느냐고 물었더니 친구 집에 머물면서 VBS를 섬길 예정이라고 한다. 고맙고 감동이다.

     

오늘 QT 본문에 보면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를 마치면서 고린도교회를 위해 헌신한 동역자들을 언급하고 있다(고전 16:13-24). 이들 때문에 고린도교회가 세워질 수 있었고, 바울 자신이 사역할 수 있었음을 언급하며 서로에게 “거룩한 입맞춤”을 하라고 한다. 서로에 대해 사랑과 복종으로 공동체를 이루라고 한다.

     

본문을 통해 고린도교회가 하나 되고 힘이 있는 비결이 바울의 영적 자세에서 나오고 있음을 보게 된다. 바울은 자신의 사역이 자기가 신실해서 신실한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과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사역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하나님의 은혜가 자신을 신실하게 만들어 간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지은 전도사님은 VBS를 몇 년 인도한 베테랑이다. 그런데 일반 교사로 섬기고 있다. 베테랑으로서 얼마나 빈틈들이 보이고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을까. 그런데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사역만 감당하고 있다. 폴 목사님은 주일학교 크리스틴 전도사님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고 예배 인도자로서 섬기고 있다. 크리스틴 전도사님이 말씀을 전하고 VBS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낮은 자리에서 손과 발이 되어 섬기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교회의 능력이다.

     

나는 오늘도 배운다. 지난 23년간 내가 휴스턴순복음교회를 섬길 수 있는 것은 내가 신실해서가 아니라, 모든 상황과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은혜가 나를 신실하게 만들어 주고 있기에 오늘도 내가 이 자리에 있다.

     

그러기에 내가 옳다고 여기는 테슬라라는 내 계획도 성도들과의 거룩한 입맞춤을 위해서라면 내려놓을 수 있다. 우리 교회를 위해 헌신한 얼굴들이 보인다. 고맙다. 마지막까지 거룩한 입맞춤으로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주님만이 왕이십니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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