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26 목양칼럼 (Words From the Pastor)
요즘 아내의 사랑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것에 비해 아내의 사랑은 부족한 것 같았다. 나 혼자 사랑하는 짝사랑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런 나의 불만에 아내는 “사랑하니까 옆에 있고, 잔소리도 하는 거야”라고 했지만, 나는 아내의 사랑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은 아내의 사랑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오늘 큐티 말씀인 역대상 29장을 읽다가 다윗의 마지막을 기록한 구절이 마음에 들어왔다.
“그가 나이 많아 늙도록 부하고 존귀를 누리다가 죽으매.” 히브리어 원문에는 ‘좋은 노년을 “세이바 토바(שֵׂיבָה טוֹבָה)”로 표현하고 있다. ‘토바’는 좋다는 뜻으로,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라고 하실 때 사용된 ‘토브’와 같은 어근이다. 또 ‘존귀’를 뜻하는 “카보드(כָּבוֹד)“는 ‘무겁다’는 뜻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낸다. 이 두 단어를 묵상하면서 다윗의 인생을 생각해 보았다. 다윗은 평탄한 인생을 살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12지파의 왕이 된 후로도 밧세바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죽음을 보았으며, 사랑하는 아들 압살롬의 반역으로 가슴 아픈 세월도 보냈다. 성전을 짓고 싶었지만 직접 짓지도 못했다. 인생에서 쓰디쓴 경험들이다. 이런 다윗이 만약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왕으로서 큰 영광을 누렸을 때 생을 마감했다면 모두가 존경하는 선한 왕으로만 기억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인생의 험한 굴곡을 겪어야만 했다. 열왕기상 1장을 보면 다윗은 늙어서 이불을 덮어도 따뜻하지 않을 정도로 쇠약해졌다. 육체적으로도 연약을 넘어 추해졌다는 말이다. 그러나 성경은 그의 마지막을 ‘좋은 노년’이라고 기록한다. 다윗을 통해 발견한 좋은 노년이란 단순히 평탄하고 오래 살거나 육신이 건강한 상태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굴곡진 인생을 지나면서 하나님을 더 알아 가고, 하나님의 은혜를 더 깊이 경험하며 하나님께서 주신 삶을 살아내는 것이 좋은 노년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다윗의 인생에는 토바와 카보드가 있었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삶,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는 존귀해진 삶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말씀을 묵상하다가 내 삶도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요즘 아내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조금 더 살가워지기는 했지만, 밥상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나를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도 아니다. 일상은 여전히 비슷하다. 그런데 내가 아내의 사랑을 느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냥 좋다는 것이다.
몇 해 전 아내와 갈등이 심했을 때,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내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아내를 밀어내거나 도망쳤다면 지금의 이 사랑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때의 갈등이 저절로 사랑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을 함께 지나왔기에 서로를 더 알게 되었고 나 역시 사랑을 더 깊이 배우게 된 것 같다. 다윗이 모진 인생을 지나면서 하나님을 더 알아 갔듯이, 나도 아내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보내면서 사랑을 배워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10년 뒤가 기대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평범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함께 걸어간다면 10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깊은 사랑을 나누고 있지 않을까? 하나님과의 관계도 부딪히는 수 많은 문제들 앞에서 하나님께 묻고 기도하다 보면 지금보다 더 친밀해지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인생을 살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하나님을 더 알 수 있고, 함께 살아온 사람을 더 사랑하고, 일상 속에 주어진 은혜를 발견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윗의 인생에 토바와 카보드가 있었다면, 내 인생에도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삶, 하나님의 영광이 있는 존귀한 삶이 기다린다는 사실 앞에 육체는 쇠약해져도 10년 후가 20년 후가 기대된다.
주님! 내 인생의 마지막에도 토바와 카보드가 있게 하소서.
홍형선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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