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8.26 목양칼럼 (Words From the Pastor)
알래스카에 다녀오면서 게이트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오늘은 비행기가 한산하겠구나. 편하게 갈 수 있겠다.’ 기대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랐다. 비행기 앞쪽에는 빈자리가 제법 있었지만, 우리가 앉아야 할 맨 뒤쪽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아마도 우리처럼 가장 저렴한 Basic Economy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이 뒤쪽에 배정된 모양이다.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Standard Economy나 앞쪽 좌석을 고를 수 있는 Preferred Economy에는 빈자리가 남아 있었지만, 우리 좌석 주변은 빈틈이 없었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목적지로 가는데도 돈을 얼마나 지불했느냐에 따라 앉는 자리가 달랐다.
덴버공항에서는 무려 9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유나이티드 신용카드를 만들면서 받은, 일 년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클럽 입장권을 아껴 두었다가 이번에 사용했다. 클럽에 들어서니 마치 별천지에 온 것 같았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설교를 준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배가 고프면 음식을 골라 먹었다.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했다. 너무 좋아서 아내에게 말했다. “여기 정말 좋다. 집에 있는 것처럼 편하네.” 그러자 아내가 “돈이 사람을 나눈다.”라고 한마디 했다.
그렇다. 돈이 비행기 안에서는 사람들을 서로 다른 자리에 앉게 하더니, 공항에서는 서로 다른 공간에 머물게 한다. 세상은 돈으로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담을 쌓고, 우리는 어느새 그 담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 물론 돈을 내고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그런데 “돈이 사람을 나눈다”는 말이 며칠간 귓가에 맴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 묵상하고 있는 에베소서 말씀이 떠올랐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를 교회라는 공동체로 부르셨다. 그리고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구원받아 한 몸을 이룬 사람들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자신이 교회의 머리라고 하시면서 몸 된 교회가 하나가 되라고 하신다. 그런데 우리 교회 안에는 세상과 같은 방식으로 나뉘어 있는 곳이 없을까?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예배하고 교제할 때,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실까?’라는 질문이 생각났다. 주일이면 많은 성도들이 모여 함께 예배하고 식사하며 기쁨을 나눈다. 그러나 몸이 아파 병원과 집에서 투병하느라 교회에 나오지 못하시는 분들…. 우리가 함께 웃고 교제하는 동안 그분들은 얼마나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계실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암으로 교회에 나오지 못하고 계신 김인숙 권사님이 떠올랐다.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까? 몸의 고통뿐 아니라 성도들과 함께 예배하고 교제하지 못하는 외로움도 크실 것 같다. 그래서 전화를 드렸다. 오랫동안 안부를 여쭙지 못했는데도 권사님은 연이어 “목사님, 바쁘신데 감사해요.”라고 하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 권사님과 통화하면서 교회에 모인 성도님들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교회에 오시지 못하는 성도들을 기억하고 찾아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교회는 함께 모이는 곳이지만, 교회가 된다는 것은 모이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기억하는 것이다. 다음 주에는 널싱홈에 계신 분들을 찾아뵙고 인사드려야겠다. 손을 잡아 드리고 이야기를 들어 드리며 함께 기도해야겠다. 내가 그분들을 위로하러 간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분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내 마음을 다시 만져 주실지도 모른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