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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목양실에서 (Word's Form the Pastor)

영성일기. 12월 27일


산에 왜 오르는가? 산악인 맬러리는 "거기에 산이 있기에 오른다"라고 했다. 오늘 가족이 함께 빅밴드의 정상에 오르기로 했다. 시간상 가장 긴 7시간짜리 trail은 못하고 5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를 선택했다. 산에 오르면 오를수록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나에게 했던 질문은 "나는 왜 산에 오르는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족과 함께 정상을 밟아보자는 이유밖에 없었다.

그런데 산에 오르며 몇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는 정상을 향해 오를 때, 길은 계속 올라가게만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때론 내려가고 돌아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빨리 정상에 다다르고 싶은데 내려가고 돌아가는 길을 만나면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짜증스럽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내려가고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내려가거나 돌아가지 않으면 가파르거나 위험한 난코스이다. 아니 더 나아갈 수 없다. 그러기에 내려가는 길 없이 이곳을 지나려면 돌아가는 것보다 시간을 더 허비해야 한다. 때론 거기에서 위험 때문에 산행을 멈추어야 한다. 그래서 난코스를 피해 내려가고 돌아가게 길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오르기만 하다가 내려가거나 돌아갈 때면 그 짧은 시간을 통해 나도 모르게 거친 숨이 골라지고 몸은 쉬게 된다. 다시 오를수 있는 힘이 충전된다. 내려가고 돌아감의 비밀이다.


두번째로 산에 오르려면 짐은 가벼워야 한다. 산에 오른다고 아내는 집 곳곳에서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꺼내 큰 지퍼백에 식구 숫자대로 백을 만들었다. 봉지당 먹을 것이 20가지가 족히 넘었다. 거기다 나는 밥을 먹어야 한다면서 스팸을 구워 도시락을 쌌다. 가방이 무겁다. 다행히 아들이 짊어졌지만 군대 군장만큼이나 무겁다. 아이들이 우리의 가방을 보면서 3박 4일은 산에서 살겠다고 한다. 그런데 날씨가 서늘해서인지 가지고 간 물도 다 마시지 못하였다. 음식은 1/3도 안 먹었다. 먹지도 못하면서 왜 이리도 무겁게 가방을 쌀까? 염려 때문이다. 배고프면, 목마르면, 힘이 딸리면...

이런 염려를 하다 보니 가방이 무겁고 커졌다. 커다란 가방을 보며 나는 내 인생의 군살들을 본다. 영원한 세계를 말하지만 이 땅에서 뭉개고 있는 군살들을 본다. 그리고 이런 군살들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에 대한 염려만큼이나 두꺼워진다.


셋째는 편해진 만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빅밴드는 휴스턴에서 운전으로 10시간이다. 그런데 많은 시간 아들과 딸이 운전했다. 딸아이가 숙소 및 일정을 다 짰다. 산행 시 그 큰 가방을 5시간 내내 아들이 짊어졌다. 얼마 전까지 내가 다 해야 했는데... 편해졌다. 나는 그냥 따라만 가면 된다. 그런데 그냥 따라만 가면 안 된다. 조건이 있다. 따지거나 내 의견을 제시하면 안 된다. 그러면 평화가 깨지고 시끄럽다. 나이를 먹고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앞에서 성숙을 생각한다. 여리고성을 도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나님은 입 다물고 언약궤만 바라보라고 한다. 사실 나는 행동파로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 입 다물고 따라가는 것이다.


나는 오늘 산에 왜 올랐는가? 정상을 밟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자아를 밟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거기에 산이 있었다. 5시간 산행 후 종아리가 땅기어 걸음걸이가 똥싼아이 걸음걸이다.


무엇이든 아프지 않고 배우고 순종했으면 좋겠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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