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Search

영성일기. 11월 24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어느 성도님 가정이 쌀 100포를 도네이션 해주셔서 그중 일부는 교인 체육대회 선물로 사용했다. 쌀 한포를 안고 좋아하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다.

이처럼 많은 분들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감사를 고백했다. 그런데 어느 분의 추수감사헌금이 $1,095이다. $1,000도 아니고 $1,100도 아니고 $1,095이다. 궁금하던 차에 우연히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떻게 감사를 고백할까 하다가 어려서 미션스쿨에서 매일 감사하라고 배웠던 말이 생각나서 첫째 해에는 하루에 1불씩 $365를 드리고, 둘째 해에는 2불씩 $730을 드리고, 올해는 세번째 해로 매일 삼불씩 365일을 계산하여 $1,095을 드렸다고 한다. 그리고 은퇴하는 날까지 매년 $1씩 올릴 것이라고 한다. 참 감동적인 고백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수님과 동행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동행하기 위해서는 존재를 인정하고 순종해야 한다. 그리고 사랑의 고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고백은 받고있는 사랑을 알 때 가능하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받을 은혜가 아니라 받은 은혜이고 받고있는 은혜이다. 마치 시편 기자가 감사함으로 주님의 임재 앞에 나간다고 고백하면서 그 감사 이유를 “하나님이 나를 지으셨고 내가 그의 백성이고 그의 기르시는 양”(시 100:3)이기 때문이라고 고백하듯 말이다.

오늘은 추수감사절 다음날이다. 우리 교회에 유일하게 새벽예배와 금요예배가 없는 날이다. 내게는 편하게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이다. 그런데 습관 때문인지 일찍 눈이 떠졌다.

그래서 예배당 증축도 궁금하고 교회 주변에 나무도 심기 위해 교회에 나가면서 어느 장로님과 집사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식목일도 아닌데 30여개 이상의 구덩이를 파고 아파트와 경계하는 교회 울타리 주위에는 소나무를 심고, 운동장 주위에는 갈대를 심었다. 소나무를 심으면서 '잠깐 30cm 밖에 안되는 이 나무가 언제 커서 5m, 10m 이상으로 자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무를 심는 장로님, 집사님은 볼 수 있을까? 나는 그때까지 휴스턴순복음교회에서 목회하고 있을까?

확실한 것은 그날을 내가 보고 누리기 위해 심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과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의 신부인 교회에 나의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땀 흘림의 노동이 기쁘다.

참 이상하다. 감사해서 내 나름의 고백을 드렸는데 하나님은 나에게 또 다른 감사를 누리게 하신다.

그렇다. 내게 필요한 것은 받을 은혜가 아니라 받고있는 은혜를 아는 것이다.

홍형선 목사

2 views0 comments

영성일기. 11월 10일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새벽기도를 하면서 하루의 일과들을 생각한다. 오늘도 몇 가지가 생각이 났다. 비가 오기 전에 예배당 증축 공사장 주변에 배수로를 만들게 하고 부흥회에 입을 세탁물을 찾고 부흥회 설교를 준비해야겠다고 하루 일과를 세웠다.

비가 내리기 전에 예배당 증축공사 주변에 배수로를 파야 한다. 평상시는 모르지만 비가 내리면 시냇물처럼 물이 흐르는데 공사로 배수로가 막혔다. 이 물이 교회 건물 안으로 들어오거나 이웃집으로 흘러가면 큰일이다. 그래서 건축업자에게 며칠 전부터 이야기했지만 담당자가 일이 있다면서 안 오고 있다. 그런데 오늘 오후부터 휴스턴에 큰 비가 내린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 머리 위로 물기 가득한 시커먼 구름들이 몰려온다. 다시 업자에게 재촉하니 오고 있다고 한다. 빗방울과 함께 작업할 인부들이 왔다. 문제는 인부들이 빗물이 고여오는데 공사로 흙들이 쌓여 물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조차 몰라 엉뚱한 데를 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가 빗속으로 뛰어들어 코치했다. 처음에는 우산 쓰고 조심한다고 했지만 쏟아지는 빗물은 어느새 온몸을 적시고 구두는 장화가 되었다. 다행히 교회도 이웃도 피해 없이 물길을 내었다.

내일 새벽 비행기로 부흥회 인도 차 버지니아에 가야 하기에 세탁물을 찾으러 가보니 문이 잠겨있다. 절대로 문을 닫는 집이 아닌데.. 혹시 집안에 문제가 있나? 하는 염려로 주인이신 장로님께 전화를 했다. 공사로 전기공급이 안되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오후 늦게 전기가 공급되면 문을 열 예정이니 그때 들르라고 하신다. 그래서 늦은 시간에 갔다. 전기가 끊어져 일을 못했다며 세탁물 중 일부 세탁물만 주신다. 다행히 버지니아에 입고 갈 양복 상의를 급히 손질하여 주셨다. 그런데 저녁에 집에 돌아와 가방을 싸면서 보니 바지가 없다. 상의를 손질하여 주시기에 당연히 바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 그래서 옷장을 뒤져보니 오래전 입었던 겨울 양복이 있어 꺼내었다. 새 양복을 입고 폼나게 가고 싶었는데… 결국 설교 준비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가방을 싸면서 내 안에서 ”주님 도와주세요“라는 간절함이 나온다. 나는 원고설교를 하기에 준비되지 않으면 불안하다. 그러기에 그 어느 때보다 내 안에 간절함이 일어났다. 이 간절함 속에 '누구를 위한 부흥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를 위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설교가 좋고, 설교를 잘한다는 칭찬 받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가득하다. 그래서 진솔하게 주님만 나타나게 해 달라고 기도해 본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하루였다. 그렇다고 솔직히 홍수가 난 것도 아니고, 여행 가방을 못 싼 것도 아니다. 내 시간과 내 스타일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 오늘 해야 할 일들은 다 했다. 그리고 설교원고를 의지하지 않고 주님을 의지하며 부흥회를 떠나게 되었다.

주님… 이번 집회에 에스겔 골짜기의 마른 뼈들이 살아나듯 생명샘교회는 물론 저도 살려주세요

홍형선 목사

2 views0 comments

목양일기

한국방문을 앞두고 “이번 방문에는 친구도 만나지 말고, 설교 부탁을 받아도 응하지 말고 가족에게 신경을 써 달라”라고 아내가 부탁했다. 그러기에 설교 부탁이 들어와도 거절했고, 꼭 필요한 사람 외에는 연락하지 않았다. 대신에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자주 방문할 수 있었고, 처음으로 바쁘다며 거절하시는 처가 부모님을 설득하여 1박 2일의 짧은 여행도 다녀왔다.

장인어른은 젊어서부터 취미로 분재를 하시다가 은퇴 후에는 소일거리로 분재를 하신다. 그래서 긴 시간을 비울 수 없다. 그럼에도 딸의 간청에 짧은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떠나는 순간부터 좋아하시는 눈치이다. 딸과 바닷가와 시골길도 거닐고 향토 음식으로 식사하실 때에도, 긴시간 차안에서 지난 추억들을 이야기할 때에도 좋아하신다. 부모님들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문해 보고 싶었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요즘 내 속에 고민은 다음세대이다. 급변하는 세속주의 속에서 다음세대를 어떻게 세울 수 있을까? 다시 말해 태어나면서부터 핸드폰을 붙들고 살고 있는 Z세대에게 신앙유산으로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까?이다.

결론은 그 무엇보다 예배와 고백이다.

그래서 이번 방문에는 36명의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국기배례거부“로 신앙고백을 하여 한국교회사에 한 획을 그은 대원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하여 70년 전의 신앙고백을 찾아보았고, 예배에 목숨을 거는 울산온양순복음교회와 수원하나교회 금요예배에 참석하여 기도했다.

울산온양순복음교회(안호성목사)와 수원하나교회(고성준목사)의 특징은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교회 모두 물맷돌학교와 다니엘학교를 통해 아이들을 세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신앙인으로 키우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의 기도가 살아있고 이들이 예배를 이끌고 있었기에 강력했다. 정말 예배에 기름부음이 강력했다.

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예배가 살아있을 때 다음세대가 살아나고, 다음세대에 집중할 때 예배가 살아난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런 예배는 세상 논리와 황제 논리를 따르지 않고 말씀을 따르겠다는 고백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보았다.

누가 한국교회가 끝났다고 하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논리를 따르지 않고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 고백으로 예배할 수 있다면 예배는 회복되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목격하게 되었다.

홍형선 목사

2 views0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