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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일기. 12월 1일

요즘 아내와 단둘이서 비행기 여행을 자주 한다. 혼자서 비행기를 탈 때면 어떤 자리에 앉게 될까? 통로 쪽 자리를 앉아야 하는데 가운데 자리나 창가 쪽 자리를 앉게 되는 것은 아닐까? 라며 매번 걱정한다. 그러나 아내와 함께 비행기를 타면 아내가 가운데 자리를 앉기에 늘 통로 쪽은 내 몫이다. 그러기에 자리에 대한 고민 없이 비행기를 탄다. 그런데 아내와 함께 하는 비행기 여행이 진짜 좋은 이유는 아내와 단둘만의 교제가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대화하는 것이 좋다. 또 비행기 안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서로의 어깨를 의지하여 가다 보니 아내의 어깨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며 교감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그 좁은 비행기 좌석이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교감 때문인지 버지니아에서는 공원을 걷다가 아내의 손을 은근슬쩍 잡아 보았다. 그러면서 50대 남녀가 손잡고 걷는 모습을 보면서 누가 “불륜”이라고 생각하겠다는 생각과 불편함이 밀려와 금세 잡았던 손을 놓았다. 휴스턴에 있으면 각자의 삶이 분주하여 함께함이 힘든데, 비행기를 기다리며 대화하고, 좁은 비행기 안에서 어쩔 수 없이 같이 앉고, 어깨를 맞대고 가다 보니 교감이 생긴다.

하나님과의 교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늘 은혜가 충만하여 주님과 교제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주님과 어쩔 수 없이 좁은 공간에 들어갈 때가 있다. 삶의 짐 때문에 주님을 찾아 외쳐야 할 때가 있다. 도와달라고 외쳐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외치다 보면 주님의 사랑이 따스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나로 하여금 주님의 사랑을 더 갈망하게 한다. 그러다 보면 삶의 짐이 무거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주님이 보이고 살아갈 이유가 보인다.

요즘 큐티 본문인 골로새서에 보면 사도바울은 예수님을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라고 한다. 예수님과 자신이 하나라고 한다. 그런데 이 고백을 로마 감옥에서 한다. 좁은 공간에서 한다. 좁은 공간에서 예수님과 자신이 살갗이 부딪힘을 넘어 하나임을 본 것이다.

어쩌면 문제가 문제로만 보이는 이유는 주님의 살과 부딪힘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삶의 좁은 공간에서 내 삶을 좁은 공간으로 이끄신 하나님의 따스한 살갗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좁은 공간에서, 문제에서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면 좁은 공간으로만 끝이 난다. 이것은 손해 보는 것이다.

50대 중반, 사역의 자리도, 아빠의 자리도, 남편의 자리도 좁은 공간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주님만을 갈망할 때다. 그래야 내 인생이 손해 보지 않는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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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일기. 11월 24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어느 성도님 가정이 쌀 100포를 도네이션 해주셔서 그중 일부는 교인 체육대회 선물로 사용했다. 쌀 한포를 안고 좋아하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다.

이처럼 많은 분들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감사를 고백했다. 그런데 어느 분의 추수감사헌금이 $1,095이다. $1,000도 아니고 $1,100도 아니고 $1,095이다. 궁금하던 차에 우연히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떻게 감사를 고백할까 하다가 어려서 미션스쿨에서 매일 감사하라고 배웠던 말이 생각나서 첫째 해에는 하루에 1불씩 $365를 드리고, 둘째 해에는 2불씩 $730을 드리고, 올해는 세번째 해로 매일 삼불씩 365일을 계산하여 $1,095을 드렸다고 한다. 그리고 은퇴하는 날까지 매년 $1씩 올릴 것이라고 한다. 참 감동적인 고백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수님과 동행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동행하기 위해서는 존재를 인정하고 순종해야 한다. 그리고 사랑의 고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고백은 받고있는 사랑을 알 때 가능하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받을 은혜가 아니라 받은 은혜이고 받고있는 은혜이다. 마치 시편 기자가 감사함으로 주님의 임재 앞에 나간다고 고백하면서 그 감사 이유를 “하나님이 나를 지으셨고 내가 그의 백성이고 그의 기르시는 양”(시 100:3)이기 때문이라고 고백하듯 말이다.

오늘은 추수감사절 다음날이다. 우리 교회에 유일하게 새벽예배와 금요예배가 없는 날이다. 내게는 편하게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이다. 그런데 습관 때문인지 일찍 눈이 떠졌다.

그래서 예배당 증축도 궁금하고 교회 주변에 나무도 심기 위해 교회에 나가면서 어느 장로님과 집사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식목일도 아닌데 30여개 이상의 구덩이를 파고 아파트와 경계하는 교회 울타리 주위에는 소나무를 심고, 운동장 주위에는 갈대를 심었다. 소나무를 심으면서 '잠깐 30cm 밖에 안되는 이 나무가 언제 커서 5m, 10m 이상으로 자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무를 심는 장로님, 집사님은 볼 수 있을까? 나는 그때까지 휴스턴순복음교회에서 목회하고 있을까?

확실한 것은 그날을 내가 보고 누리기 위해 심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과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의 신부인 교회에 나의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땀 흘림의 노동이 기쁘다.

참 이상하다. 감사해서 내 나름의 고백을 드렸는데 하나님은 나에게 또 다른 감사를 누리게 하신다.

그렇다. 내게 필요한 것은 받을 은혜가 아니라 받고있는 은혜를 아는 것이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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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일기. 11월 10일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새벽기도를 하면서 하루의 일과들을 생각한다. 오늘도 몇 가지가 생각이 났다. 비가 오기 전에 예배당 증축 공사장 주변에 배수로를 만들게 하고 부흥회에 입을 세탁물을 찾고 부흥회 설교를 준비해야겠다고 하루 일과를 세웠다.

비가 내리기 전에 예배당 증축공사 주변에 배수로를 파야 한다. 평상시는 모르지만 비가 내리면 시냇물처럼 물이 흐르는데 공사로 배수로가 막혔다. 이 물이 교회 건물 안으로 들어오거나 이웃집으로 흘러가면 큰일이다. 그래서 건축업자에게 며칠 전부터 이야기했지만 담당자가 일이 있다면서 안 오고 있다. 그런데 오늘 오후부터 휴스턴에 큰 비가 내린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 머리 위로 물기 가득한 시커먼 구름들이 몰려온다. 다시 업자에게 재촉하니 오고 있다고 한다. 빗방울과 함께 작업할 인부들이 왔다. 문제는 인부들이 빗물이 고여오는데 공사로 흙들이 쌓여 물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조차 몰라 엉뚱한 데를 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가 빗속으로 뛰어들어 코치했다. 처음에는 우산 쓰고 조심한다고 했지만 쏟아지는 빗물은 어느새 온몸을 적시고 구두는 장화가 되었다. 다행히 교회도 이웃도 피해 없이 물길을 내었다.

내일 새벽 비행기로 부흥회 인도 차 버지니아에 가야 하기에 세탁물을 찾으러 가보니 문이 잠겨있다. 절대로 문을 닫는 집이 아닌데.. 혹시 집안에 문제가 있나? 하는 염려로 주인이신 장로님께 전화를 했다. 공사로 전기공급이 안되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오후 늦게 전기가 공급되면 문을 열 예정이니 그때 들르라고 하신다. 그래서 늦은 시간에 갔다. 전기가 끊어져 일을 못했다며 세탁물 중 일부 세탁물만 주신다. 다행히 버지니아에 입고 갈 양복 상의를 급히 손질하여 주셨다. 그런데 저녁에 집에 돌아와 가방을 싸면서 보니 바지가 없다. 상의를 손질하여 주시기에 당연히 바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 그래서 옷장을 뒤져보니 오래전 입었던 겨울 양복이 있어 꺼내었다. 새 양복을 입고 폼나게 가고 싶었는데… 결국 설교 준비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가방을 싸면서 내 안에서 ”주님 도와주세요“라는 간절함이 나온다. 나는 원고설교를 하기에 준비되지 않으면 불안하다. 그러기에 그 어느 때보다 내 안에 간절함이 일어났다. 이 간절함 속에 '누구를 위한 부흥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를 위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설교가 좋고, 설교를 잘한다는 칭찬 받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가득하다. 그래서 진솔하게 주님만 나타나게 해 달라고 기도해 본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하루였다. 그렇다고 솔직히 홍수가 난 것도 아니고, 여행 가방을 못 싼 것도 아니다. 내 시간과 내 스타일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 오늘 해야 할 일들은 다 했다. 그리고 설교원고를 의지하지 않고 주님을 의지하며 부흥회를 떠나게 되었다.

주님… 이번 집회에 에스겔 골짜기의 마른 뼈들이 살아나듯 생명샘교회는 물론 저도 살려주세요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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