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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26 영성일기 (Words From the Pastor)

새벽예배에 왔는데 오른쪽 볼 위에 머리카락 한 올이 있는 듯 간지럽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제거하려고 볼을 여러 번 문질렀는데도 여전히 간지럽다. 그리고 이 간지러움이 주기적이다 보니 신경이 쓰여 예배에 집중할 수가 없다. 이렇게 간지러움만 신경 쓰다가 새벽예배가 끝났다.

     

그런데 갑자기 불안하다. 혹시 신경에 문제가 있어 간지러운 것이 아닌가?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나에게도 뇌졸증이 온 것인가?라는 불안감에 챗 GPT에게 “오른쪽 볼위가 머리카락 있는 것처럼 간지러운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피로나 수면부족일 수 있고 대상포진 초기 증상일 수 있다고 한다.

     

“대상포진 초기 증상”이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다음 주에 있을 알래스카 집회에 대한 걱정이 들면서 초기에 빨리 치료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교회 안에 계신 여러 의사분들 중 어느 의사분에게 상담하고 대상포진약에 대한 처방전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또 얼마 전에 이명기집사님이 대상포진으로 고생하셨는데 드시다 남은 약이 있을까? 집사님께 몇 시쯤에 전화 하면 좋을까? 등 온통 치료약 구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런 생각 속에서도 새벽기도 시간이니 먼저 기도하자며 억지로 기도하는데 기도내용도 온통 치료해 달라는 기도뿐이다. 그러다 간지러움이 멈추면 기도응답받은 듯 기뻐하다가 다시 간지러우면 또 치료를 위해 기도했다. 기도를 마친 후 말씀을 읽는데 오른쪽 눈에 줄이 보인다. 안 좋은 일은 무더기로 온다더니 대상포진에 눈마저 문제가 생겼나 보다. 그래서 눈동자를 돌려보니 오른쪽을 볼 때마다 줄이 보인다.

     

이런 불안감에 눈 상태를 보려고 밝은 거울 앞에 섰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눈에 머리카락이 붙어 있는 것이다. 눈가의 촉촉한 부분에 머리카락이 붙어있다 보니 손으로 수없이 머리카락을 훔쳐도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지럽혔던 것이다. 대상포진도 아니고 눈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기쁘면서도 두어 시간 동안 쓸데없이 걱정만 했다는 것에 허탈감이 밀려왔다.

     

거울 앞에 서기전까지는 나 스스로 대상포진이라 여기고 걱정만 했던 모습에서 나의 영적상태가 보였다. 오른쪽 볼이 간지럽기에 열심히 머리카락을 털고, 챗 GPT에서 간지러움의 증상을 찾고, 병 낫기를 위해 열심히 기도했듯이 나는 사역을 위해, 교회를 위해 열심이 있다.

     

새벽에 나오고, 늦게까지 열심히 사역하고, 교회를 위해 마음을 쓴다. 그런데 오늘 질문이 생겼다. 이 열심이 거울 앞에 선 열심인가, 아니면 내 생각을 붙들고 달리는 열심인가.

     

주님 앞에 서서 비추어 보지 않은 열심은 쉽게 불안과 상상에 끌려간다. 확인되지 않은 생각이 사실이 되고, 염려로 분주하다.

     

오늘 아침, 머리카락 한 올이 나를 가르쳤다. 먼저 거울이신 하나님 앞에 서라고, 먼저 말씀에 비추어 보라고, 먼저 사실을 보라고….

     

말씀이라는 거울 앞에 나를 세우는 것이 열심보다 먼저임을 다시 배운 새벽이었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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