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1.25 영성일기 (Words From the Pastor)
- 순복음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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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예배를 통해 멋쟁이 갈렙을 만났다. 85세 된 갈렙은 그 누구도 정복하고자 하지 않는 헤브론 땅을 달라고 한다(수 14:10-12). 이 땅은 조상 아브라함이 갈대아우르를 떠나 가나안땅에 들어와서 거주했던 땅이고, 조상 아브라함, 사라, 이삭과 라헬의 무덤이 있는 땅으로 영적가치가 있는 땅이다. 그럼에도 기골이 장대한 아낙자손이 살아서인지 그 누구도 정복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갈렙은 45년 전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이 땅을 주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언약”을 붙들고는 내게 이 땅을 기업으로 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그 땅을 차지한다. 헤브론의 영적 가치를 아는 갈렙은 85살에 차지한 그 땅을 바라보며 얼마나 감사하고 기뻐했을까?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헤브론에 도피성이 세워질 것이라며 그 땅을 제사장들의 기업으로 내어놓으라고 한다. 그 누구도 엄두 내지 못하던 땅을 생명 다하여 취했더니 이제는 내어 놓으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데 성경은 더 이상의 언급 없이 헤브론이 도피성이 되었다고 한다. 이 말은 갈렙이 순종한 것이다. 이 부분을 김문수목사님께서 설교하면서 아브 라함이 이삭을 모리아산에 드린 이야기와 마지막 한 움큼 남은 밀가루와 기름 한 병으로 엘리야를 대접한 사르밧과부 이야기를 하면서, 이 모든 것의 동기가 사랑이라고 한다. 하나님을 사랑해서 갈렙도, 아브라함도, 사르밧 과부도 내어 놓았다고 한다.
어느 분과 교제하던 중 설교 이야기가 나왔다. 아쉬움을 토로한다. 직접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즘 대다수 목회자들의 설교에 한방이 없다고 한다. 1%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기적으로 금식하는 어느 목사님을 이야기하면서 나에게 금식하면 어떻겠냐고 한다. 정기적으로 금식하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나에 대한 기대와 사랑 속에서 하신 말이고, 어떤 의도인지는 알지만 마음이 불편하다. 솔직히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목사님 설교에 은혜받고 있어요”“ 어쩜 목회를 이리도 잘하세요”였는데 … 금식하라니… 불편하다. 그러면서 지난 23년간 우리 교회를 여기까지 세우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 금식으로 애간장을 녹이며 살아왔는데, 또 금식하라니 속상하다. 나의 과거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하다.
그 순간 갈렙이 떠오른다. 85세의 나이에 생명 걸고 차지한 땅이라 그 무엇보다 애착이 더 갔을 것이다. 그곳에 집도 짓고 포도원도 만들고… 얼마나 많은 꿈을 꾸고 있었을까? 그리고 자신이 이룬 업적에 사람들이 역사성을 언급하며 칭찬해 주기를 바랐을까? 그런데 내어놓으라는 말에 말없이 순종한다. 그리고 이것은 주를 향한 사랑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왜 나는 “금식”하라는 말이 섭섭할까? 어느새 나도 60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는 은근히 오라고 손짓하던 교회들도 뜸해진 듯하다. 언제든 선교지가 아니어도 갈 곳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휴스턴 뿐이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은퇴까지는 잘해야지”하는 욕심이 생긴다. 지난 시간의 헌신에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으며 안주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런데 내가 듣고 싶지 않은 “금식하라 “는 말을 들은 것이다. 그리고 주님은 갈렙을 통해 내가 불쾌해하는 이유를 보게 하신다. 나도 모르게 속물이 되어 가는 나를 보게 하신다.
나 자신을 보고 깨닫게 하신 주님도 감사하고, 용기 내어 금식하라고 말해주신 분도 고맙다.
연말이지만 갈렙을 생각하며 미루지 말고 이틀이라도 금식해야겠다. 진짜 주님을 사랑하고 싶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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