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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25 영성일기 (Words From the Pastor)

내가 사는 휴스턴에는 이제 가을이다. 12월에 가을 이라니.. 이제야 나무들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지며 한 해 동안 열매 맺느라 힘들었던 나무들은 무거운 짐을 벗듯 한잎 두잎 떨구어 뜨리고 있다. 떨어진 나뭇잎들은 바람에 이리저리 구르다가 어디론가 사라져 간다.

     

교제 중 어느 분이 나무에게서 목회자의 자세를 배운다고 한다. 나무는 그늘을 만든다. 온 에너지를 모아서 푸르른 그늘을 만들면 그 그늘에 온갖 새들이 날아와 쉼을 얻고 둥지를 틀고 보금자리를 만든다. 이처럼 새들이 날아오는 것은 나무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들의 필요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무의 열매가 익어가면 그 열매를 먹기 위해 온갖 새들과 동물들이 모여든다. 이 또한 먹을 것이 있어서이다. 이럴 때면 나무 주위에는 새들의 지저귐과 나무를 오르내리는 다람쥐들의 행복함이 가득하다. 그러다가 찬 바람이 불면 나뭇잎들이 떨어지며 그늘도 사라지고 열매도 없으면 여름내 나무 주위를 맴돌던 친구들이 사라진다. 철저히 홀로 남겨진다. 거기다 나무들이 잎파리를 떨어뜨리면 어떤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도 모른다. 나는 참나무야, 감나무야 하고 외치지만 그 누구도 몰라준다. 철저히 홀로 있는 시간이고 자기 부인의 시간이다. 그러나 나무의 아름다움은 홀로 있는 시간에 있다. 이 시간을 원망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시간이다. 뿌리를 뻗고 영양분을 비축하여 다가올 여름과 가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러기에 자기를 떠난 새들에게도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도 몰라주는 다른 나무들에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다가올 여름을 위해 준비한다. 이것이 나무의 정체성이다.

     

앙상해져사는 나무를 묵상하며 목회자인 나를 본다. 나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분명하지만 목양에는 사계절이 없다. 아니 사계절이 동시에 온다. 푸러름과 열매가 있는가 하면 겨울이다. 주위에 사람들로 둘러싸이고 칭찬이 있음과 동시에 철저한 혼자, 외로움이 함께 온다. 이때가 목회자의 정체성을 정립할 때이다. 목회자의 정체성은 얼마나 많은 새가 내 주위에 날아왔는가에 있지 않고, 얼마나 많은 열매가 맺혀 있는가에 있지 않다. 홀로 있는 시간에 얼마나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는가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겨울을 어떻게 통과하고 있는가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예수님도 몰려드는 군중 속에 있다가도 군중을 떠나 홀로 남으셨나 보다. 그리고는 홀로 있는 밤을 낭비하지 않으셨다. 아버지 하나님과 교제하며 그 밤을, 그 겨울을 통과하셨고 결국에는 십자가를 지나 부활이라는 계절을 여셨나 보다.

     

주님! 목회의 사계절을 하나님과 함께 통과하게 하소서…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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