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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일기

     

교회 아브라함 선교회와 Yellowstone과 Grand Teton National Park로 가을 여행을 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 커피를 나누면서 어느 분에게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시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옐로우스톤 가는 것’이라고 대답하셨다. 이처럼 옐로우스톤 여행은 우리 모두를 설레게 했다. 그런데 여행을 며칠 앞두고 비가 올 확률이 30%이더니 자고 나면 40%, 50%가 되었다. 그래도 우리에겐 맑은 날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진지하게 기도도 안 하면서 맑은 날을 기대했다. 그런데 웬걸… 우리가 휴스턴에서 비를 몰고라도 온 듯 이틀 동안 계속 비가 왔다. 겨우겨우 비가 잦아들 때 잠시 내려 사진을 찍으며 떨어야 했고 Tram을 타고 올라간 Teton 산 정상에서는 한치앞도 볼 수 없는 차가운 눈보라로 인해 산장 안에서 따끈한 코코아와 와플 한 조각을 먹고 내려와야 했다. 모든 것이 계획과 멀고 아쉬움뿐이다. 이러려고 비싼 경비와 시간을 내면서 이 멀리 온 게 아닌데…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한 분도 불평이 없다. 불평의 연속일 수 있는데 ”맑은 날에 오지 않고 비 오는 날에 왔기에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본다“며 오히려 감사해한다. 멋진 광경을 기대하고 부푼 가슴으로 오른 티톤 정상에서 만난 9월의 눈보라 속에서도 몇 십년 만에 보는 눈보라 하며 소녀들처럼 눈을 던지며 기뻐한다. 이렇듯 모두가 진심으로 감사하고 기뻐한다.

     

광야길을 걷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나님은 ‘만나, 율법, 성막’ 같은 보물을 감추어두셨다. 그리고 이스라엘 민족들은 믿음으로, 이 보물을 찾고 그 기쁨으로 광야길을 걸었다. 나도 이번 여행에서 보물을 찾았다. 빗길 속에서 하루 종일 운전해야 하고 내 계획대로 하나도 안되는 광야 같은 여행에서 보물을 찾았다. 그것은 성도님들의 예쁜 마음이다.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작은 것에도 기뻐하는 마음… 서로를 배려하는 보석 같은 마음이다. 그래서 가장 힘든 여행이 될 수 있었지만 쉽고 힘이 나는 여행이 되었다.

이번 여행에는 유타시온교회 이제원 목사님 부부가 여러 가지로 준비하고 친히 운전으로 동행하며 섬겨주었다. 그리고 유타시온교회 권사님들이 우리들을 위해 두 차례씩(첫날 점심, 셋째날 저녁)이나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하여 섬겨주셨다. 휴스턴에서는 맛볼 수 없는 고사리나 취나물 같은 재료와 함께 사랑이 느껴져서인지 모두가 이렇게 맛있는 식사는 처음이라며 두세 차례 가져다 먹으며 행복해하셨다. 이 또한 여행에 하나님께서 감춰두신 보물이다. 특히 이제원 목사님 부부의 섬김 속에 있는 찐 사랑은 보물 중에 보물이었다. 아마도 이 찐 사랑 때문에 성도님들에게 감사와 기쁨의 바이러스가 퍼진 것 같다.

미국에서 첫 번째로 명명 되어진 옐로우스톤 국립공원과 그 옆의 티톤 국립공원은 아름답고 흥미진진한 많은 볼거리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틀 동안 내린 비로 우리는 갔다만 온 꼴이 되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보다 믿음으로만 보아야 하는 진짜 보물을 본 것이다. 내 주위에는 참 많은 보물이 있다.

정말 아름다운 보물들… 하나님의 사람들…

     

홍형선 목사

영성일기

     

교회 친교실에 설익은 감들이 보인다. 그래서 웬 감이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교회 감나무에서 딴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한글학교를 마치고 어울려 놀다가 누구의 선동(?)으로 감을 땄나 보다. 그래도 다섯 그루에 100개는 안 되어도 수십개가 되니 많이 남아 있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감나무밭에 가 보았다. 그런데 한개도 없다. 어느 나무는 가지마저 부러져 있다. 그 순간 속상함을 넘어 감나무를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도 느껴졌다.

나는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가을 하면 맑고 높은 하늘과 주홍빛 가득한 감나무가 떠오른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해서 교회를 기억할 때 좋은 기억과 좋은 정서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교회 빈 공터에 무슨 나무를 심을까 고민하다가 몇해 전에 감나무를 사다 심었다. 그리고 휴스턴의 뜨거운 태양 빛에 죽지 않도록 여름이면 저녁마다 모기에 물리면서 물을 길어다 주곤 했다. 이런 정성 탓인지 감나무마다 휴스턴의 뜨거운 태양 빛 아래에서 몸살 하면서도 잘 자라 주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결실다운 결실을 못 보았다. 그런데 올여름은 짧았다. 100도 넘는 날씨도 며칠 안 되었다. 게다가 감도 어느 해보다 많이 열렸다. 이런 감나무를 보면서 올해는 주홍빛으로 물든 감나무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졌었다. 그런데 지금 감나무에 감이 없다. 아이들이 무리지어 경쟁하며 따다 보니 높은 곳에 달린 감마저 다 따 버렸다. 한 달만 있으면 주홍빛은 아니어도 지금보다 두 배는 커져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텐데… 한개라도 남기지… 화가 난다. 높은 곳에 달린 감마저 딴것을 보며 큰 아이도 있었던 것 같다. 주동자가 누구인지 밝히고 싶다.

이런 화난 마음과 볼멘소리로 아내에게 “아이들이 감을 다 땄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말하자. 아내는 시큰둥하게 “아이들이 picking 온 것처럼 좋았겠네”라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감을 딴 아이들만큼이나 아내도 얄미워졌다. 그러나 “아이들이 좋으면 되었지”라는 아내의 말이 되새겨지며 “왜 감나무를 심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정서를 주자고 심어놓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내는 내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은 감을 따면 분명 행복해했고, 좋은 추억을 만들었을 텐데… 내 계획대로 주홍빛 감을 못 보게 되었다고 화를 내고 있다. 부끄럽다.

     

나는 사역하며 왜 힘이 들까? 분명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의 사람들을 섬긴다면서 왜 힘들어할까? 감나무를 통해 배운다. “내 생각대로 안 되어서다” 그래서 섬기려고 다가간 사람들에게 섭섭해하고 짜증 내고 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나에게서 일을 빼앗아가지 않고 기회를 주신다.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신다.

     

이 사랑을 묵상 속에 H마트에 갔다. 작은 소시지를 보는 순간, 아이들이 생각난다. 몇개 집어 들었다. 내 사무실을 두드리는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생각하니 기쁘다.

“애들아 감 따도 좋아, 유리 깨어도 좋아 제발 하나님의 사람으로만 자라 주렴”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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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일기

     

교회의 홍수방지 연못가에 펜스를 치고 염소를 기르고 있다. 아이들에게 교회가 친화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어린 염소 한쌍을 데려왔는데 햇수를 거듭하며 수십 마리로 번식하여 작년 가을에 4마리만 남기고 모두 Farm으로 보내었다. 그런데 1년도 안 되어 개체수가 7마리로 늘었다. 7마리 중에 내가 예뻐하는 놈이 있다. 올 1월 가장 추운 어느 날 칼바람 속에서 태어난 놈이다. 그래서 얼어 죽지 않도록 수건에 싸서 따뜻한 내 사무실로 데려와서 보니 흰색 갈색 검정색이 어우러져 예쁜 무늬를 가졌다. 거기다가 암컷이다. 그리고 펄쩍펄쩍 뛰며 예쁘게 놀며 잘 자란다. 이 녀석을 보고 싶어 염소우리에 괜히 한번 더 가기도 했다.

그런데 한달 전 다른 어미에게서 남자 쌍둥이 염소가 태어났다. 숫컷에 두 마리라 그런지 일찍부터 펜스 틈으로 나와 주차장에 서성인다. 그러자 내가 예뻐하는 암컷도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항상 펜스 안에 있었는데 밖에서 노는 쌍둥이를 보고 자기도 나오고 싶었던지 틈만 보면 비집고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쁜 암컷의 리드로 교회 정문 앞 화단까지 온다. 와서는 화초를 먹다가 사람을 보면 쏜살같이 도망간다. 세 마리가 도망가는 뒷모습도 예쁘다. 그러더니 얼마 전부터는 대 놓고 화초를 뜯어 먹는다. 소리치면 도망가는 시늉을 하다가 다시 돌아와 장미의 새순과 화초를 먹어댄다.

오늘은 사무실에 있다가 바깥공기를 쏘이고 싶어 나와보니 세 마리 염소들이 화단에서 파티를 벌이고 있다. 장미나무가 겨울철도 아닌데 앙상하게 가지만 남았다. 그 순간 화가 나서 소리침을 넘어 내 손에 무엇이 쥐어졌고, 쥐어진 그것을 예쁜 염소를 향해 집어 던졌다. 내가 신고 있던 슬리퍼다. 우리 안에 있을 때는 그리도 예뻤는데 우리 밖으로 나와 화원을 망친 것을 보니 슬리퍼를 던질 만큼 미운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모습을 아이를 데리러 온 어느 분이 보았다. 슬리퍼 던지는 목사를 본 것이다. 부끄러워 엉성하게 웃고는 내동댕이쳐진 슬리퍼를 주워들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 순간 내 자신이 보였다. 염소처럼 우리 밖에서 서성이다 미운 짓만 하는 내가 보였다. 나는 일찍 신학교에 가고 일찍 목회에 들어섰지만 내 안에 연약함이 있다. 30,40대 때는 50대만 되면 하나님만 보일 줄 알았다. 그런데 또 다른 우리 밖의 이끌림이 보인다. 그리고 슬금슬금 그리로 가려고 한다. 아니 어느 때는 이끌림을 넘어 무감각하게 염소처럼 화원을 망치고 있다.

그런데 감사하게 하나님은 나에게 슬리퍼를 던지지 않으시고 오늘도 기다려 주신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이 기회이다. 블레셋 7족속을 가나안에서 멸절시키라 한 것은 그들이 우상숭배와 악행으로 그 땅을 더럽혔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택하신 이스라엘 족속이라도 너희가 이 땅을 더럽히면 너희도 그 땅에서 토해 내겠다고 하신다. (레18장).

무슨 말인가? 하나님이 참아주시는 것이다. 기회를 주시는 것이다. 우리 안에서의 기쁨을 누리는 기회를 주신 것이다.

그러기에 하나님만 섬기는 기쁨을 배우자고 외쳐본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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