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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5.22 목양실에서 (Word's Form the Pastor)

영성일기. 9월 22일

나이가 먹어 가면서 아버지가 작아 보였다. 매일 술 드시고 엄마와 싸우는 모습도 싫었고 무능력도 싫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길가다 아버지를 만나면 아버지가 부끄러워 외면하려 했다. 그런데 내 나이 50이 넘으면서 내게서 그토록 싫어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술 취하듯 드러난 실수는 없어도 내행동과 언어에서 아버지가 발견될 때면 섬칫하듯 놀란다. 아버지와 반대의 길을 가고자 해서 술도 안 먹고 열심히 살고자 했는데... 내 의도와 달리 내가 싫어하던 아버지 모습이 내게서 보인다.


요즘 큐티 말씀을 보면 이삭의 실수가 나온다. 아버지 아브라함이 했던 실수 복사판이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 아니랄까 봐 똑같이 실수한다. 이삭의 실수에서 나도 아버지처럼 자식들에게 자기 즐거움만 아는 아버지로, 무능력한 아버지로 비쳐질까? 두렵다. 아들이 언젠가 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아빠 나 고2 때 무슨 고민이 있었는지 알아?"라고 물었을 때, 딸아이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주지 않아도 되니 짐만 되지 말라"라고 할 때 이 말이 날카롭게 들렸던 것이 아버지에 대한 나의 상처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이삭이 그 실수의 자리에서 일어나는 방법은 아버지가 팠던 우물을 다시 파면 서다. 다툼에 분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팠던 우물을 다시파자 샘물이 터지면서 서서히 하나님의 얼굴이라는 브엘세바에 다다른다.


사람들이 나를 볼 때면 편안하고 배려가 많다고 한다. 이런 인상이 목회에 큰 도움이 된다. 아버지가 팠던 우물을 다시 팠던 이삭을 묵상하면서 나의 이런 성품이 아버지 영향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는 주위에 원수진 사람이 없었다.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셨다. 그런데 나는 이 모습이 좋은게 좋은 것처럼 보여 싫었다. 무능력처럼 보여 싫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이 귀한 성품에 대해 관심 없이 아버지와 반대되는 삶으로만 살고자 했다. 그래서 경쟁에서 이기려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그토록 싫어하던 아버지의 성품이 내게 유전되어 목양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이삭이 아버지가 팠던 우물을 다시 파는 모습에서 알게 되었다. 당연한 줄 알았던 성품이 아버지가 내게 주신 유산인 것이다. 하나님은 아버지를 통해 영적 유산을 주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 나로 힘을 더해 주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 개월 전 살아생전 뵌다며 어느 가을날에 한국을 방문했다. 3년간 암과 싸우느라 뼈만 남은 아버지께서 동터오자 검은장화를 신고 바가지 하나를 가지고 어디론가 가셨다. 그리고는 얼마 뒤 알밤 가득한 바가지를 엄마에게 내밀며 "형선이가 밤 좋아하니 밤 넣고 밥해 주라 신다" 오늘은 유난히도 삭정이 같은 다리로 그 무거운 장화를 신고 걸으시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생각난다. 그래서 엄마에게 전화해 "고맙다"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엄마는 "내가 고맙지.. 전화해 주어 고맙다"하신다.


주님. 내게 좋은 부모님을 주신 것과 제가 부모인 것이 감사합니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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