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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23 목양실에서 (Word's Form the Pastor)

영성일기. 8월 8일

요즘 월요일마다 해가 기울어질 때면 자전거를 타고 교회에 간다. 교회까지 가는 길이 자전거 전용 trail이 아니기에 큰 도로와 신호등을 몇 개 건너야 하기에 번거롭고 신경이 쓰인다.

어느 날 가뭄과 더위에 작년에 사다 심은 대나무 잎들이 말라 떨어지고, 감나무 열매들은 쭈그러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100도 넘는 날씨가 한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보니 그 무엇도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요일마다 자전거를 타고 교회에 와서는 큰 통에 물을 받아 달리로 끌고 가서는 외진 곳에 외치한 나무들에게 물을 준다. 그러면 하루종일 100도가 넘는 날씨 속에서 버텨온 나무들이 고맙다는 뜻으로 산들거려 준다. 이렇게 물을 주고 문단속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간다.

자전거를 타고 가로등 밑을 지나려면 가로등 빛에 실루엣처럼 비친 내 모습이 보인다. 어릴 적 시골에서 보던 동네 아저씨 모습이다. 백양메리야스에 밀짚모자 쓰고 삽자루 하나 실고는 이른 새벽에 논에 물꼬 보러 자전거 타고 가시던 동네 아저씨 모습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일이 기쁘다. 솔직히 집을 나서기 전까지는 갈등이 있다.

내일 할까? 차를 타고 가서 물줄까?

이런 수많은 갈등을 이기고 자전거를 타고 출발 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기쁘다. 볼을 스치는 바람결도 좋고, 굴러가는 자전거 바퀴 소리도 좋고, 내 등뒤로 사라져 가는 밤풍경도 좋다. 왜냐하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운동으로 내 몸을 건강하게 할 뿐 아니라 죽어가는 나무들에게 물을 주어 교회 주변을 푸르게 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계속 사도행전에서 사도바울을 만나고 있다. 바울의 인생은 한마디로 고난의 연속이다. 그런데도 그의 발걸음은 멈출 줄 모른다. 왜 그럴까? 기쁘기 때문이다. 오늘도 한 도시에, 누구에게 복음이 전해졌다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나라가 확장되었다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의 삶은 의미가 있다.

누군가가 의미 있는 삶을 정의하면서 “시작할 때보다 끝났을 때 기쁜 것이라”라고 했다. 시작할 때 기쁜 것은 많다. 대개 시작할 때 기쁜 것으로 삶을 산다.

그러다 보면 야곱에게 다가온 황당함처럼 라헬이 아니라 레아로 다가온다. 그러나 끝날 때 기쁜 것은 갈등으로 시작한다.

손해 보는 것 같고, 왜 그래야 하나? 라는 의문과 갈등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경주를 끝내면 기쁘다.

내 인생이 마칠 때 기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육신의 즐거움보다 육신이 갈등하는 것을 눈여겨보아야겠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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