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일기 4월 17일
마태복음 13장에서 보면 천국은 겨자씨와 같다고 한다.
겨자씨는 작다. 겨자씨는 작지만 자라서 나무가 되어 지친 새들에게 쉼을 준다. 그러기에 천국은 작게 시작하는 듯하지만 결국 자라서 지친 새들에게 둥지를 틀 수 있게 한다. 그러기에 천국을 꿈꾸는 사람은 큰 나무와 둥지를 꿈꾸면서 동시에 작은 것의 가치도 중요시해야 한다.
지난 주일은 전교인 야외예배가 있었다. 예배 후 식사 시간에 함대별로, 기관별로 흩어져 식사했다. 각종 고기를 굽고, 아끼던 반찬을 가져오고 모든 테이블이 진수성찬이다. 이런 날에 나는 젓가락만 있으면 된다. 테이블들을 돌아다니며 한쪽씩만 먹어도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어 작은 위를 원망해야 한다. 그러면서 맛난 음식을 한 접시 얻어 필요해 보이는 이 테이블 저 테이블에 갖다주면서 어깨에 힘도 주어 본다. 마치 내 것을 주듯 한껏 힘을 준다. 그러다 무심코 그냥 지나가면 어김없이 성도님들은 나를 불러 이것저것을 먹어 보라 한다. 그러기에 야외예배의 점심은 나의 무대다. 나의 자존감이 하늘을 찌른다.
이렇듯 환영받는 점심 식사 후 그늘 밑에서 부른 배를 다독거리고 있는데 주일학교의 하랑이가 내게 온다.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낸다. 둘둘 말린 과일 젤리이다. 이것을 내게 내밀며 "홍 목사님 드실래요?" 한다. 배도 부르고 과일 젤리이기에 하랑이가 먹었으면 좋겠다 싶어 "괜찮다"라고 했다. 그러자 다시 주머니에 넣더니 어디론가 뛰어갔다.
오늘 점심에 아내와 식탁에 앉아 대화하는데 하랑이 이야기한다. 하랑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과일 젤리라고 한다. 그런데 나에게 주고 싶어 안 먹고 아끼다가 어제 내게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것도 모르고 배부르다며, 하랑이가 먹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거절한 것이다. 하랑이는 내게 최선을 다해 다가온 것인데 나는 그 최선을 보지 못하고 일상적이고 하찮은 것으로 여긴 것이다. 하랑이에게 미안하다. 만나면 사과해야겠다.
천국은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나는 일을 만들고 일을 처리하다 보니 일 중심의 삶을 살고 있다. 일 중심으로 살다 보니 작은 것을 하찮게 여긴다.
다윗은 내 나이와 비슷한 50대에 밧세바와 간음하고 간음을 통해 낳은 아들이 죽는다. 인생이 힘든 시기를 보낸다. 이때가 헤브론에서 유다의 왕이 된 지 20년, 이스라엘의 12지파의 왕이 된 지 13년 이상일 때이다. 싸움마다 승승장구하고 모든 일이 잘 풀릴 때이다. 이때 밧세바와 간음하게 된다. 목욕하는 밧세바를 보았어도 처음 자리로 돌아갔으면, 작은 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이런 아픔이 없었을 텐데...
하랑이가 내민 과일 젤리가 현재 나의 모습을 보게 한 것이다.
주님.... 나로 처음자리로 돌아가게 하소서.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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