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일기. 2월 28일
이스라엘이다.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벧산(Beit She'an)에 갔다. 벧산은 성경에서 사울왕이 블레셋과 싸우다 세 아들과 죽임 당한 뒤에 그의 시체가 성벽에 걸린 장소이다. (삼상 31장)
사울왕이 누구인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이스라엘의 초대왕이 된 사람이 사울이다. 용모도 준수하고 훤칠함에도 부끄러움이 많았다. 용기도 없었다. 이런 사울왕을 하나님께서 왕으로 세우고 암몬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둠으로 이스라엘 역사에 화려하게 등장한다.(삼상 11장) 그런데 이런 사울이 블레셋과의 전투를 앞두고 사무엘 선지자가 늦어지고 백성들은 흩어지려 하자 제사장만이 드릴 수 있는 번제와 화목제를 드린다. 이것은 교만이고 불순종이다. 그러면서도 전투에서 지친 군인들에게 하나님 앞에서 믿음을 보이겠다며 하나님의 말씀이 없음에도 온 군대를 금식시킨다. 아말렉을 진멸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좋은 것을 살려두고, 또 가는 곳마다 자신을 위해 기념비를 세운다.(삼상 15장) 한마디로 사울은 은혜로 출발했다가 교만으로 생을 마친 사람이다. 하나님으로 출발했다가 사람 중심으로, 자기로 끝이난 사람이다.
이런 사울이 달린 성벽이 어떤 곳일까? 이런 질문을 가지고 벧산에 가보았다. 그런데 그곳에는 사울이 달렸단 성벽이 없다. 대신 에베소를, 폼페이를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로마시대 때의 화려한 유적들이 있다. 교통의 요지답게 패권을 쥐는 자마다 자기의 성을 건축한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7000명이 들어가는 로마시대에 지어진 야외극장에 들어갔다. 반달모양에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극장이다. 그런데 인도해 주시는 목사님께서 극장 앞부분 무대 뒤에 세워진 벽을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아느냐? 고 하신다.
"쉐케나"라고 한다. 하나님의 임재가 있던 '쉐케나'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역사적 이야기는 나중으로 치더라도 이름만 놓고 보아도 무엇인가 느껴진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하나님의 영광이 사람의 영광으로 바뀐 장소에 와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왕이 된 사울이 사람을 의식하고 자기를 위해 살 때 비참하게 죽고 달린 성벽이 있는 벧산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자 사람만 즐겁게 하는 극장이 세워진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왜 18명의 성도님들과 이곳에 왔는가? 여러 이유와 목적이 있지만, 진짜 내 속마음에는 "나와 우리 교회를 자랑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작았던 교회가 이제는 성지순례도 한다. 그것도 2차나 한다는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다.
여기서 나와 사울이 만난다. 여기서 하나님의 영광과 사람의 즐거움이 만난다. 아니 사울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다.
그러나 늦지 않다. 사울은 멈추어야 할 때 멈추지 못했다. 끝까지 교만으로 고집부렸다. 그러나 나는 멈출 수 있다.
나를, 사람들의 시선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찾는다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데스티니가 나타날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하나님의 심장을 갖고 싶다. 그래서 이 무거운 발걸음이 멈추는 것을 배우고 싶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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