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일기 3월 23일
나는 교회와 함께 울고 웃었다. 그러기에 휴스턴 순복음교회는 나의 전부이다. 내가 죽어 교회가 산다면 죽을 수 있다고 감히 말해본다.
나는 우리 교회의 부흥을 보고 싶다. 모든민족, 모든세대, 모든언어의 비전 속에서 부어지는 부흥을 보고 싶다. 그래서 사임을 결정했다. 한 사람, 예수님의 순종으로 모두에게 구원이 왔듯이 나 한 사람의 순종이 우리 교회의 부흥으로 연결되고, 특히 다음세대에게 모델이 될 것 같아 한 달 이상 고민하다 사임을 결정했다. 가치 있는 일이라 여겨 결정했지만 내려놓음이 쉽지는 않았다.
내가 사임한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말린다. 교회를 걱정하는 소리들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목사님이 지쳐서 그렇다, 휴가가 필요하다”라고 한다. 나를 생각해주는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말이 거슬렸다. 나의 고민을 조금도 이해 못 하면서 마치 나를 울고 보채어 알사탕을 얻는 어린아이처럼 말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 그래서 분을 내면서 내가 왜 화를 내지? 내가 화를 내는 이유가 무엇이지? 하며 이 감정을 붙잡고 늘어졌다.
마치 살갗에 찔린 작은 가시처럼 이 감정을 흔드니 아픔이 느껴진다. 쿡쿡 찌르는 느낌이다. 그래서 계속 흔들었더니 순종 속에 감추어진 내 의가 보였다. ”나는 너희와 다르다. 나는 21년간 섬긴 교회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나의 의가 보였다. 그리고 내 속에 감추어진 두려움도 보였다. 나의 한계에서 오는 두려움과 두려움에서 오는 피곤함도 보였다. 그래서 믿음 없음과 내 안에 섞인 부분을 회개했다. 그럼에도 가시를 계속 흔들다 보니 ”성도님들이 왜 나를 붙잡지?“ 라는 질문이 생겼다.
교회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염려임을 알지만 ”진짜 나를 붙잡으려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궁금해졌다. 그 순간 지금의 익숙함과 평안함을 유지하려는 욕심은 아닐까? 십자가 없는 부활만 꿈꾸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우리 교회를 향해 “나는 거룩한 신부를 원한다”라고 하시는 것 같다.
교회를 사랑하여 떠나려 했는데, 떠남으로 교회가 상처를 받을 것 같아 떠남을 보류하기로 했다. 떠남만큼이나 어려운 결정이나 이런 나에게, 우리 교회에게 예수님은 신부의 영성을 원하신다. 휴스턴순복음교회는 신랑이신 예수님을 향한 신부들이 드리는 사랑의 고백으로 가득 찬 곳이다. 그러기에 그 누구도 신랑 예수님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있으면 안 된다. 우리 모두에게 더 큰 숙제가 남았다.
지난 몇 주간 부족한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성도님들의 마음을 힘들게 한 것 같아 죄송하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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