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일기
나는 휴스턴 순복음교회를 21년간 섬겼다. 그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휴스턴 순복음교회를 사랑한다. 내게 휴스턴 순복음교회는 인생이고 전부이다. 내가 죽어 우리 교회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세워진다면 죽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한다.
그래서 지난 주일 운영위원회에 사임을 표명했다. 21년 전에 부활주일에 왔으니 오는 부활주일까지만 섬기겠다고 했다. 홍목사의 교회가 아니라 주님의 교회임을 고백하며 사임을 통해 내 인생 전부인 휴스턴 순복음교회를 주님께 온전히 드리고 싶었다. 강단에서 목이 터져라 외쳤던 하나님의 말씀과 ‘모든 민족, 모든 세대, 모든 언어’의 비전이 그저 허공을 울리는 소리가 아니라면 예수 그리스도 한 사람의 순종으로 모두에게 구원이 임했듯이 나 한 사람의 순종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바통을 넘겨주어야 다음 세대를 통한 하나님의 일하심이 계속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고 소망 없던 교회를 여기까지 이끄신 하나님, 신실하신 그분을 선포하고 싶었다.
‘하나님이 하셨다.’
내 인생이, 우리 교회가 그것을 선포하는 인생, 그것을 증거 하는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기에 나는 제일 사랑하는 것을 놓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내가 쥐고 있는 손을 놓으면 하나님께서 잡아주실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더욱 위대한 일을 넘치도록 풍성히 이루실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미련과 걱정이 앞섰다. 나무 한 그루를 심고 교회주위의 쓰레기를 주우면서도 설교를 준비하고 성찬 예배를 드리면서도… 내가 휴스턴 순복음교회를 섬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 눈물만 나왔다. 하지만 나는 우리 교회 부교역자들과 성도님들을 믿는다. 우리 교회 부교역자들은 누가 뭐래도 교단 내에서 제일 준비가 잘된 사람들이고 성도님들은 정말 믿음이 좋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어떤 상황에서도 뚫고 이겨낼 수 있는 교회라고 여겼기에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그러나 운영위원회를 위시로 성도님들의 반발이 심하다. 심지어 주일학교 아이들까지 “Pastor Hong, 다른 교회로 가요? 우리 교회 떠나지 말아요” 하면서 반대한다. 시간을 따라 밥 먹자고 만나자고 하는 분들도 많고 문자도 많다. 기도하려고 앉아 있으면 주위로 몰려와 기도하곤 한다. 어떤 분은 나의 등에 얼굴을 비비며 눈물로 기도한다. 누군가는 마치 아버지, 남편이 떠난다고 하는 것같이 상처가 된다고도 한다.
나는 내가 순종하면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질 줄 알았다. 성도님들도 내 마음과 같은 줄 알았다. 예상치 못한 반대이다. 교회를 위한다는 나의 결정이 성도님들께 상처를 준 것 같다.
그래서 운영위원회의 부탁대로 좀 더 기도하기로 했다. 이집트에서 아내가 돌아오면 함께 더 기도하며 상의하기로 했다.
기도를 부탁합니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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