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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6 영성일기 (Words From the Pastor)

내가 원해서 일수도 있고 상황에 이끌려서 일수도 있는데 나는 여러 곳의 땅끝을 방문해 보았다. 한국의 땅끝인 해남도 가보았고, 아프리카의 땅끝인 케이프 호프에도 서 보았고, 대만의 땅끝인 고구마 꼭지 같은 곳도 가보았다. 오늘은 미국의 최남단인 Key West에 가 보았다. 교단의 실행위원 모임이 마이애미에서 있었는데 실행 위 모임 중 누군가가 Key West에 갔다 오면서 차에서 토의하자고 하였고, 내가 적극 지지하여 8명 모두가 가게 되었다. 땅끝은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이고 길이 끝나는 자리이기 때문인지 땅끝이라는 말에는 묘한 힘이 있어서 가자고 했다.

     

사실 끝없는 바다 위로 만들어진 도로를 달려가면 헤밍웨이의 집이 있다는 Key West는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한 곳이다. 그런데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만들어진 끝없는 다리 위를 달려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모래톱 위에 놓여진 도로는 좌우로 자란 난 나무들로 인해 바다풍경은 간간이 보이는 것이 흔한 바닷가 해변길 풍경이었다. 이런 실망감에 나에게 끊임없이 ”너는 왜 땅끝을 가는가? “라고 질문하며 달렸다.

     

사실 나는 가난한 농사꾼 자식이라 그런지 나는 매사에 목표지향적이면서 정복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실망스러운 풍경에 중단하고 돌아가자는 의견에도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가자는 어느 분의 말에 동조하며 땅끝을 향해 달렸다. 이처럼 나는 땅끝을 갈 때마다 무엇인가를 정복했다는 성취감이 나로 땅끝을 향해 가게 하는 것 같다. 이렇게 3시간 이상을 달려 Key West에 도착한 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킬리만자로의 눈” 등 어마어마한 소설을 썼다는 헤밍웨이의 집(노인과 바다는 쿠바에서 쓰고 이곳에서 정리했다는 설도 있음)을 방문했다. 아이러니한 것이 내가 땅끝에서 만난 사람은 실존주의와 허무주의가 짙게 배어난 작품들을 쓴 어네스트 헤밍웨이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목표지향적인 사고를 무너뜨리는 허무주의를 땅끝에서 만난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세상의 땅끝에서 경험하는 땅끝의 실존인가 보다. 인간의 정복욕구가 힘을 잃고 교만이 꺾이는 장소가 땅끝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내가 이 집을 보려고 여기까지 왔나?”라는 허무감이 내 마음에 밑돌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허무감에 빠져드는 나에게 성경은 땅끝을 어떻게 말씀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일어났다. 예수님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돼라(행 1:8)고 하셨다. 무슨 말인가? 땅끝은 사람의 욕망이 멈추는 지점이고 중심이 흐려지는 지점이지만 복음이 시작되고 하나님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목표가 바뀌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윗은 “땅끝에서도 주의 손이 나를 인도한다”라고 했나 보다.

     

사실 나는 지리적 땅끝에만 서있는 것이 아니라 목회도 삶도 땅끝에 서있다. 수많은 문제들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한계라는 땅끝에 서있다. 그리고 이 땅끝은 종종 나를 “왜”라는 질문으로 이끌고 간다.

     

그런데 주님은 이 땅끝이 너와 내가 시작하는 곳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온 것으로 충분하다”가 아니라 “여기서부터 내가 일하겠다” 고 하시는 것 같다. 나는 모든 길이 끝나고 닫힌 땅끝에서 내가 무엇을 붙들고 왔는지를 점검해 본다.

     

“내 마음이 확정되고 확정되었으니….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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