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일기. 1월 30일
이곳 케이프 타운(Cape town)은 남반구에 위치해서 지금이 여름이다. 그래서 따뜻한 곳을 찾아온 세계 각지의 사람들로 가는 곳마다 북적인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신비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 특히 펭귄은 케이프타운만이 주는 매력이다.
그러나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자연도 동물도 아니다. 꼬박 이틀씩(36시간)이나 걸려서 자연과 동물만 보러 이곳까지 왔다는 것이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체력의 한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까지 온 것은 아들 때문이다.
대개의 부모가 그렇듯 아이들을 생각하면 미안하다. 어려서 아이들과 못 놀아준 것도 미안하고, 특히 아들이 축구교실에 다니고 싶다고 할 때 돈 때문에 못 시킨 것도 미안하다. 그런 아들이 이제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이곳에 교환학생으로 왔다. 케이프 타운이라는 지구 끝에서 어떻게 사는지, 외롭지는 않은지 궁금해서 왔다. 군대 간 것도 아닌데 큰 가방 하나에 라면과 한국과자를 가득 담아서 왔다. 그리고 아들과 2박 3일을 이곳에서 함께 보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이,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다. 아들에게 허그해 주며 "잘 있으라"라고 했다. 짧은 허그가 아쉬워 1초라도 더 안아보고 싶어 두 팔에 힘을 주어 아들을 안았다. 그 순간 아들의 벌어진 어깨만큼이나 넓어진 가슴이 느껴졌다. "얘가 언제 이리도 컸지..."
헤어진 후 뒤돌아오는 우리에게 아들이
"Thank you for coming to South Africa and spending time with me! It was a lot of fun!! I’ll be praying for a safe flight back tomorrow!!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평범한 내용이다. 그런데 아비에게는 평범치가 않다. 눈물이 난다. 딸아이와 아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눈물을 감추었다.
평범한 것이 평범치 않은 것이 부모와 자식 관계인가 보다. 사랑하는 관계인가 보다. 그 순간 나의 평범한 행동이, 말이 내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에게는 큰 의미가 된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하나님은 나의 존재로만 기뻐하신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그래서 케이프타운보다 멀고, 죄악 된 이 땅까지 나를 찾아오셨나 보다. 하늘 보좌를 버리고 나를 찾아오셨나 보다.
경유지인 이스탄불로 오는 비행기에서 화장실에 갔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옆면을 비추어주는 거울에 나의 옆모습이 보인다. 나 같지가 않다. 며칠간 멋진 유럽 청년들만 보다 봐서 그런지 너무 늙어 보이고 흉하다. 앞 얼굴만 보던 내게 충격적인 모습이다. 이것이 감추어진 내 모습의 단면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런 나를 향해 내 아들이라고 하신다.
이런 내 모습도 아버지이기에 사랑하신다고 하신다.
주님.. 하나님이 내 아버지이시고 내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이 감사합니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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