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일기. 12월 20일
어느 성도님의 섬김으로 교역자가족 송년모임이 지난 월요일에 있었다. 맛있는 식사를 마친 후 이권율목사님께서 모두에게 “지난 한해동안 사역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감사한 일”을 한가지씩 나누자고 했다. 여기저기서 승리의 감사제목들이 나누어짐 가운데 나이가 많으신 전도사님께서 ”집이 오래되니 여기저기서 고장이 난다“고 하신다. 수도꼭지가 낡아서 녹물이 나오고, 문이 뻑뻑해지고, 에어컨의 콤프레셔가 고장 나고… 너무나 많은 곳에서 고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고장이 나니 좋다고 하신다. 고장이 나서 고치니 새것이 되어 좋다고 하신다. 엄청난 역설이고 신앙의 고백이다. 신앙의 관점으로 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고백이다. 이런 고백을 들으면서 나를 점검해 보았다.
교회 안에서나 교회 밖에서 나를 향해 사람들은 ”성공한 목사“ 라고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교회의 위기에서 성장을 가져온 것도 대단하고,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을 목회하고 있기에 무조건 존경해야 할 목사라고도 말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나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면서 “하나님이 하셨다”라고 하면서 겸손한 척하였다. 그러면서 속으로 ”많은 자식이 있어도 예쁜 놈에게 떡 한덩이를 더 주듯, 내가 열심히 했기에 하나님이 성장을 주셨지”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해 보았다. 거기다가 때론 내 욕심 앞에서 “나는 그럴 자격이 있다”라고 생각도 했다. 그런데 서로가 나누는 감사를 들으면서 내가 깊은 착각을 넘어 깊은 교만의 늪에 빠져 있음을 보게 되었다.
정직하게 나의 교만을 보니 하나님께서 휴스턴 순복음교회에 성장을 주신 이유가 내가 아님이 보였다. 우리 교회의 성장은 순전히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성도님들이 예뻐서이고 우리교회에 주신 ”모든민족, 모든세대, 모든언어“를 이루시기 위함이 느껴졌다. 주님의 교회를 세우기 위한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임이 깨달아졌다. 그리고 나 또한 이런 교회를 만나서 목회적 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목회하면서 왜 피곤해하는가? 왜 짜증이 나는가? 내가 한다고 생각해서이다. 내 속 깊은 곳에 나의 의가 뿌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엘이 사울왕을 향해 “왕이 스스로 작게 여길 때 이스라엘 지파의 머리가 되지 않으셨나이까“ (삼상 15:17)
나의 교만 앞에서 이 사무엘의 음성을 가슴에 새기어 본다. 지금 고장이 났다면 고칠 수 있는 기회이고 새롭게 될 기회이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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