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에서 작은 교회를 수년째 섬기시는 어떤 목사님이 휴스턴에서 30여명에서 성장한 교회는 순복음교회뿐이라며 우리 교회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하신다. 그래서 국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제 후 교회로 돌아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목회 초창기 3,40여명 성도님들이 모일 때 젊은 의사분이 한국에서 연수 왔다면서 우리 교회에 오셨다. 예배후 예배가 은혜스럽고 말씀도 좋다고 했다. 속으로 "할렐루야"를 외쳤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 좋았다. 그런데 2주 정도 잘 나오시다가 안 보였다.
바쁜 일이 있나? 세미나에 가셨나? 여러 생각에 연락해 보았더니 다른 교회에 가셨다고 한다. 상관되시는 분이 자기 교회에 오라고 해서 가셨다고 한다. 그 뒤로 "죄송해요, 아무래도 선배님 교회에 나가야 할 것 같다"라고 연락 후 안보이셨다. 갑자기 허탈했다.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았다.
그럴 즈음 이웃 교회에서 있는 "목회자 가정교회 세미나"에 갔다. 그 교회에 들어선 순간 그 교회의 시설과 사역내용이 어마어마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우리 교회는 구멍가게, 그것도 허름한 구멍가게 같다면 그 교회는 대기업 같았다. 모든 것이 세련되고 잘 갖추어진 벤처 대기업 같았다. 이런 곳에서 목회 할수 있을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목회를 넘어 생존위협까지 느껴졌다. 엄청난 위압감에 할 수 없다고 느낄 때 하나님께서 갑자기 우리 교회 성도님들의 얼굴이 떠오르게 하셨다. 몇 분 안 되지만 예배의 자리를 지키면서 젊은 목회자를 신뢰하며 교회 부흥을 위해 저녁마다 기도하는 성도님들의 얼굴을 보게 하셨다.
솔직히 내가 성도라면 허름하고 부족한 것 투성인 이런 교회에 안 나올 것 같은데... 교회와 함께 울고 웃고, 땀 흘려 기도한후 수박 한 덩이 쪼개어 먹으면서 행복해하시는 성도님들의 얼굴을 보게 하셨다. 그러면서 동시에 젊은 의사 성도에게 마음 빼앗겨 슬퍼하는 내 모습과 이렇게 충성스런운 성도님들께 감사하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하셨다.
그 순간 하나님께도 죄송했고 성도님들에게도 죄송했다. 그래서 그 주일에 강단에서 성도님들에게 "교회를 지켜주어 고맙다, 교회가 되어줘 고맙다"라고 했던 일이 생각났다.
돌아오는 주일은 추수감사 주일이다. 추수감사 주일을 맞으며 올 한 해 가장 감사한 일이 무엇일까? 성도님들이다. 지난 한 해 예배의 자리와 사역의 자리를 지켜주신 성도님들이다. 얼마나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과 싸워야 했을까? 그럼에도 부르신 곳에서 기꺼이 헌신하신 성도님들이 너무 감사하다.
주님! 이렇게 멋진 성도님들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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