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일기
한동안 한국에 방문할 때면 꼭 양화진에 있는 “선교사님들의 묘지”를 방문하였다. 그곳에서 묘비명을 읽으며 거닐다 보면 복음의 생명력을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집트에 방문할 때마다 모카탐(쓰레기마을)에 있는 동굴교회를 방문한다. 이번 방문이 5번째인 것을 보면 내가 이집트를 5번 방문했나 보다.
구두수선공인 시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구두를 수선 중 여자의 다리를 보고 음욕이 일어나자 “네 오른눈이 실족케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마 5:29)”는 말씀처럼 한쪽 눈을 찔러 자기 스스로 애꾸눈이 된다. 그리고는 산꼭대기에 살면서 날마다 그곳에 사는 과부와 노약자들에게 물을 길어다 준다. 그러던 중 이슬람 세력이 그 땅을 통치하기 시작한 후 기독교인들을 핍박하기 위해 당시의 기독교 리더에게 성경에 보면 “겨자씨 만한 믿음이 있으면 산을 옮길 수 있다”라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한 산을 지목하고는 언제까지 옮겨놓으라고 한다. 그러면 기독교를 인정해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기독교 리더는 이 문제를 놓고 기도하는 중 천사로부터 구두 수선공인 시몬에게 부탁하라는 음성을 듣고 시몬에게 부탁한다. 그러자 시몬은 부탁을 거절하다가 온 기독교인이 금식하며 기도하자면서 부탁을 수용한다. 그리고 약속한 그 날에 기독교인들은 물론 이슬람 군대가 보는 앞에서 산이 뚜벅뚜벅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된다. 산이 옮겨진 것이다. 그리고 산이 움직였다는 사실에 그 지명을 모카탐(뚜벅뚜벅)이라고 부르고 그 산 위에 동굴을 파고 교회를 세우게 되었다. 그래서 이슬람의 통치 속에 1300년간 기독교가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또다시 기독교인들에게 도전이 온다. 이집트 정부로부터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고 기독교인으로 사는 대신에 카이로와 기자 지역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분리하며 살라는 것이다. 그래서 동굴교회 아래쪽으로 커다란 쓰레기 마을이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동굴교회에 가려면 악취는 물론 새까만 파리떼를 헤치고 가야 한다.
어렸을 때 절에 다니는 친구들과 하나님이 참신인가? 부처님이 참신인가?라고 논쟁이 붙었을 때 예수 믿는 우리가 하던 말이 있다. 예수 믿는 나라를 보라, 잘살지 않는가?. 그런데 불교 국가는 못살지 않느냐며 큰소리치곤 했다. 그런데 모카탐은 이 논리와 반대다. 예수님 때문에, 신앙 때문에 천하게 살고, 못살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일이 얼마나 고달픈지를 알기에 자식들이 태어나면 어린아이들의 손목에 십자가를 새기어 그리스도인으로 살게 한다. 신앙 때문에 자신이 살아온 고난의 길을, 불이익의 길을 자식에게도 살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신앙 때문에 자식들에게 불이익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이다. 그 결과 공식적으로 이슬람국가인 이집트 속에 인구의 10%인 천만명 이상이 기독교인으로 살고 있다(많게는 30% 까지도 봄). 1300년 이상을 온갖 불이익 속에 신앙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모카탐 동굴교회 천장 돌벽 위에 ”Amen Come Jesus Lord”라고 새겨져 있다. 이것은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그날을 바라보며 오늘을 살아내는 힘이다. 모카탐 동굴교회에는 동네 아래에서 올라오는 쓰레기 썩는 냄새가 있다. 오늘처럼 바람이 부는 날이면 더 심하다. 그런데 일행 중 누군가가 ”이 냄새는 이들의 삶“이라며 눈물을 흘린다. 쓰레기 냄새 속에서 이들의 신앙의 아름다움을 맡은 것이다.
나는 이제 휴스턴으로 돌아간다. 현재 휴스턴은 나에게 모카탐이다. 기적과 역사와 함께 온갖 냄새가 있는 모카탐이다. 그러기에 20년 이상 살았음에도 용기가 필요한 곳이다. 다시 오실 주님을 기대하며 예배자로 살지 않으면 숨 쉴 수 없는 곳이다. 이들이 1300년간 모카탐에 살았듯이 휴스턴은 내게 삶이 되어야 한다. 그때 예수님의 향내가 날 것이다. 그래서 나도 “Amen Come Jesus Lord”라고 외쳐본다
내 안에서 “꽃들도 구름도 바람도 넓은 바다도 찬양하라…“이 찬양이 흥얼거려진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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