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일기 (10월 12일)
최형철 목사님께서 조지아주 사바나(Savanna) 옆에 있는 하인스빌(Hinesville)로 목회지를 옮긴 후 3주년을 맞아 친구 목사 몇 명을 초대했다. 40여명의 성도님들과 오랫동안 재정을 마련하고 꿈꾸며 기도했다면서 우리에게 와서 일일 부흥성회도 인도해 주고 편히 쉬었다 가라고 한다. 그래서 유타, 콜로라도, 워싱턴주, 텍사스에서 4명의 목사들이 모였다.
사바나는 지나가는 말로 들어본 도시로서 내게는 참 생소하다. 그런데 이 생소한 사바나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300여년이라는 시간을 초월하여 감리교의 창시자인 요한 웨슬리 목사님을 만났다. 그것도 실패한 요한 웨슬리 목사님을 만났다. 요한 웨슬리 목사님은 1735년 영국성공회의 사제로 원주민 선교를 위해 조지아 사바나에 왔다.
이곳에서 목회 중에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어 막대기를 세운 후 막대기가 쓰러지는 방향을 따라 결혼을 결정하기로 한다. 막대기가 반대 방향으로 쓰러져 결혼을 포기하자 이 여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그리고 이 여인이 남편과 교회에 나와 성찬식에 참여하려고 하자 무슨 이유에서인지 요한 웨슬리는 성찬을 못하게 한다. 이 일로 이 여인의 남편은 요한 웨슬리가 비겁하고 속이 좁은 사람으로 사제로 합당하지 않다고 흉보게 되었고, 이 일로 걷잡을 수 없도록 교회가 시끄러워져 결국 요한 웨슬리 목사님은 목회를 놓고 영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니까 사바나는 요한 웨슬리에게 실패의 장소요 부끄러운 장소이다.
좌절감 속에 영국으로 돌아가는 중, 요한 웨슬리 마음처럼 바다에 거센 풍랑이 일어나자 배에 탄 사람들이 죽음의 위기를 느껴 무서워 벌벌 떠는데 몇몇 사람들은 시편을 노래하며 평안해한다. 궁금하여 물어보니 모라비안 교도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충격받은 요한 웨슬리 목사님은 영국에 도착 후 모라비안 기도모임에 참석한다. 그러던 중 1738년 5월 24일에 올더스게이트(Aldersgate)가에 있는 기도모임에서 성령체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체험을 시작으로 주님과 동행하며 감리교(경건과 성령충만) 운동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모라비안 교도들의 영적 도전이 실패한 요한 웨슬리를 영적 거성으로 만든 것이다.
오늘 하루를 살면서 나의 모라비안은 누구일까? 오늘 아침 큐티 말씀처럼 나를 견고하게 하는 지혜는 무엇일까? 를 생각했다. 목회 일선에서 수고한다고 친구 목사들을 불러 라이드 해주며 맛난 음식으로 대접해 주는 하인스빌순복음교회와 최목사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지난 3박 4일은 시간과 재정의 허비이다. 시골에 있는 작은 교회로서 이 일은 분명 허비이다. 그러나 최목사님과 성도님들은 시간과 재정을 허비로 보지 않고 회복된 목회자들과 그들 교회의 미래를 보았다. 분명 하인스빌교회는 요한 웨슬리가 회복하도록 도전을 준 모라비안 교도들이다. 그리고 하인스빌교회 성도님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세상 논리를 거부하고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이라”라고 고백하는 모습을 보았다. 주님의 논리를 따르겠다는 고백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요한 웨슬리처럼 도전과 회복 앞에 반응하는 나 자신의 결의이다. 나 또한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해야 한다. 세상 논리들 앞에 말씀의 논리를 쫓겠다는 고백과 함께 고백에 걸맞은 행동 양식이 있어야 한다. 하인스빌교회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빚진 자의 자세로 주님과 동행하며 살아야 한다.
주님! 제게도 부흥을 주시되 먼저 걸맞은 고백과 삶의 양식을 주옵소서.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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