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Search

1.11.26 영성일기 (Words From the Pastor)

Jan 10
2 min read

나의 하루는 늘 새벽예배로 시작된다. 그러나 새벽예배를 향해 가는 길은 언제나 여유롭지 못하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새벽예배에 가려면 늘 쫓긴다. 전날 밤에 “내일은 10분만 더 일찍 일어나자” 다짐하지만, 몸은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깨어난다. 그래서 교회로 가는 길의 신호등이 내 마음을 좌우한다. 어떤 신호등이 빨간 불이냐에 따라 예배당 도착 시간이 3–4분씩 달라진다. 오늘도 마음이 급해 부리나케 달리는데, 앞차들이 두 레인에서 나란히 천천히 움직인다. “이러다 저 신호에 걸리겠는데…“ 그리고 염려가 현실이 되어 내 눈앞에서 신호는 빨간 불로 바뀌었다.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오래전에 쓰던 언어들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했다. 화가 나서 신호를 저따위로 만들었냐면서 애매한 공무원들을 욕했다. 분을 삭이며 멍하니 빨간 신호등을 바라보다가 “나는 왜 이렇게까지 급할까?”라고 생각했다.

     

곰곰이 돌아보니, 나는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부지런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삶을 배웠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보다 빨라야 했고, 성공하려면 속도와 경쟁이 미덕이었다. 그렇게 달려온 삶의 방식이 어느새 ‘나’라는 사람을 만들었다. 문제는 그 급함이 사역의 자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나는 기다리기보다 결정하려 하고, 과정보다 결과를 서두른다. 그러기에 일이 빨리 해결되면 성취감에 만족해하며, 사람들이 “추진력 있는 목사님”이라고 칭찬하면 마치 내 능력을 인정받은 듯 기뻐했다. 그러나 일이 더뎌질 때면 환경을 탓하고, 사람을 평가했다. 때로는 함께 사역하는 이들에게 조급함에서 나온 감정을 쏟아내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빠르든 늦든 결국 이루어질 일들은 다 이루어 졌다. 그럼에도 나는 늘 “속도”를 붙잡고 “나의 패턴”을 고집해 왔다.

     

이런 나를 향해 아내는 오래전부터 “여유 있는 삶을 살라 “고 말해 왔다. 내가 무언가를 하자고 할 때 아내가 항상 반대했던 이유가, 그 급함 속에서 주님의 손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아내는 내게 “당신만 좋은 목사가 되려고 하지 말라 “고 잔소리한다. 혼자 앞서 달리지 말고, 다른 사역자들에게도 기회를 주라는 말이다. 급한 마음에 다른 사람의 일을 가로채지 말라는 말이다. 열심히라는 이름으로 혼자만 의롭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니, 이제는 어른이 돼라.”라고 잔소리한다. 나이는 저절로 먹지만 어른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가장 추한 것은 고집이며, 그 고집 속에는 언제나 자기 의가 숨어 있다고 한다. 사실 그렇다. 한 교회에서 20년 넘게 목회하다 보니 후배들에게 해 줄 말이 많아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내 경험이 옳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내 경험에는…”하면서 은근히 내 의를 세워 왔다. 그런데 어른이 되라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 (마 20:26)고 말씀하셨나 보다.

     

아내의 말처럼 내려놓음이 어른의 모습이라면, 그 내려놓음은 곧 십자가 앞에서 자기 의를 포기하는 일일 것이다. 그때 충동적인 열심이 아니라 참된 기다림의 영성이 나타날 것이다.

     

오늘 하나님은 빨간 신호등 앞에 나를 멈추어 세우고는 나는 네가 빨리 가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기를 원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홍형선 목사

 
 
 

Recent Posts

See All
10.4.26 목양칼럼 (Words From the Pastor)

한글학교 아이들이 추석을 맞아 송편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생김새가 내가 아는 송편이 아니다. 막 주물러 놓은 것도 있고, 만두 같은 것도 있고, 무엇인지 감이 안 오는 것도 있다. 하지만 자기가 만든 것을 발렌티어 엄마들이 예쁘게 포장하고 이름을 써 놓자 집에 가면 좋아라 가져간다. 픽업 온 엄마에게 작품이라도 소개하듯 기뻐하며 가져간다. 나

 
 
 
9.27.26 목양칼럼 (Words From the Pastor)

요즘 궁금한 것을 물어볼 때나, 설교 자료를 찾을 때나, 번역이 필요할 때 Chat GPT를 사용한다. 어쩜 이리도 빠르고 명쾌한 답을 주는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매력에 빠진다. 빠른 지식과 정보를 얻다 보니 이런저런 질문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홍형선 목사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오래전 신문기사나 영성 일기에서 자료를 가지고 와 나도 몰랐던

 
 
 
9.20.26 목양칼럼 (Words From the Pastor)

깜깜한 밤, 차디찬 기혼샘물에 머리를 넣었다. 차가운 기운과 함께 두려움이 밀려온다. 그렇지만 멈출 수 없다. 시온성으로 흘러들어 가는 물줄기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또다시 머리를 넣고 시온성 방향을 중심으로 더듬다 보니 물줄기가 보인다. “수구로만 시온성에 들어갈 수 있다”는 다윗의 말이 생각이 나서 기혼샘물에 뛰어들어 수구에 머리를 디밀어 본다. 그리고

 
 
 

Comments


Address: 1520 Witte Rd, Houston, TX 77080

Contact Us: 713-468 2123 l fghouston1959@gmail.com

© 2017 by Full Gospel Houston. All Rights Are Reserved

bottom of page